[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요양원에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사고 이야기가 매스컴을 오르내리며, 늙음에 대한 개인적, 사회적 고민이 깊어지는 요즘이다. 그런 가운데 늙음도 얼마든지 다양할 수 있다는 시선을 제공하는 전시가 열려 눈길을 끈다.
출판 및 전시기획사 ‘턱괴는 여자들’이 기획한 브라질 작가 캐롤 슈디악의 사진전 ‘아마도, 여기’(Possibly, Here)전이다. 지난달 30일 서울 성동구 광나루로 ‘도만사’(도시를만드는사람들)에서 개막했다.
외로움의 구조를 찍는 사진작가 캐롤 슈디악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것은 처음이라 주목받고 있다. 캐롤 슈디악은 늙음에 주목한다. 고립, 고독 등 몇 가지 단어로 뭉뚱그려지는 노인들의 삶은 개성이라고는 존중받지 못한다. 심지어는 양로원이나 요양원의 방 방 한 칸, 침대 한 개를 차지한 어떤 사물처럼 치부되기도 한다.
캐롤 슈디악은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양로원에서 5년간 요가 강사로 일하며 노인들의 삶을 관찰했다. 그리고 1.52평의 단칸방에서 살아가는 양로원 노인들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사진으로 담아냈다. 침대 하나, TV 하나, 책상 하나 등 똑같은 살림살이지만 그 안에서도 다양성이 빛난다. 가족사진을 벽 한가득 붙여놓기도 했고, 성모상과 성물들, 꽃과 인형까지 좋아하는 것들로 방을 꾸며 놓았다. 아기 때 사진을 들고 카메라를 담담하게 쳐다보는 노인의 모습에서 노인 역시 하나의 인격체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된다.
전시를 기획한 ‘턱괴는 여자들’은 이번 전시에서 외로움의 사회역학을 짚어보는 계기를 만들고자 했다.2022년 ‘외로움은 사회구조적으로 형성된다’는 가설을 세우고 사례 연구를 진행했고, 연구 취지에 공감한 건축가, 다큐멘터리감독, 인권운동가, 작가, 연구자 등이 팀원으로 참여해 연구의 깊이를 더했다.
이 프로젝트는 2022 국립현대미술관프로젝트 해시태그의 파이널리스트 5팀에 선정되기도 했다. 후속 연구를 진행하다 양로시설을 탐구해온 캐롤 슈디악을 알게 돼 이번 전시로 이어지게 됐다.
‘턱괴는 여자들’은 전시와 동시에 ‘블라인드 에세이’를 펼친다. 김규진, 박초롱, 이연, 이훤, 하미나 등 5명의 작가가 캐롤 슈디악의 사진을 본 후 느낀 자신의 시선을 글로 담아 스티비플랫폼을 통해 구독형뉴스레터로 발행된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 eggrol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