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민규 기자] 데뷔 12주년이다.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서 뛰는 선수 중 가장 오래됐다. 맏형이다. 게다가 긴 시간 숱한 우승을 맛봤다.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만 5회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대기록이다. 그래서 ‘살아있는 전설’이라 한다. T1 ‘페이커’ 이상혁(29) 얘기다.
‘페이커’가 또 하나의 새 역사를 바라보고 있다. LCK 최초 ‘1000경기 출전’이다. ‘페이커’는 지금까지 999경기(세트 기준)를 치렀다. 10일 소속팀 T1이 ‘이동통신사 라이벌’ KT 롤스터와 경기를 앞두고 있다. 이변이 없는 한 ‘1000경기 출전’ 금자탑을 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눈여겨볼 점은 T1의 라인업 변화다.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이 빠지고 ‘스매쉬’ 신금재가 주전 로스터에 이름을 올렸다. ‘페이커’는 ‘스매쉬’와 함께 1000경기를 완성하게 되는 셈.

최근 T1은 조 마쉬 최고경영자(CEO) 선수 기용에 개입했다는 글을 올리면서 논란이 일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조 마쉬 CEO는 해당 글에서 선수 기용 개입이 CEO의 권한인 것처럼 포장해 논란을 키웠다. 그야말로 ‘CEO 리스크’다.
종목을 불문하고 어느 스포츠에서도 CEO의 선수 기용 개입은 스포츠 정신을 거스르는 행위다. 공정과 상식에서 벗어난 행동으로 인해 팬들의 비판이 쏟아졌다. 이후 대응도 문제다.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는데도 조 마쉬 CEO는 사과는커녕 묵묵부답하고 있다. 책임을 피할 순 없다. CEO는 ‘책임을 지는’ 위치다.
야구, 축구 등 모든 스포츠에서 라인업 결정은 ‘감독’의 영역이다. 이번 로스터 변화는 감독과 코치진의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6일 열린 LCK 정규시즌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T1 김정균 감독은 “최고의 경기력을 내는 것이 중요하다”며 “논란보다는 현재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의 경기력을 내는 데 집중하겠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최선의 경기력을 내도록 한다는 얘기다. 누구든 경기력이 좋은 선수를 기용하겠다는 의미로 읽힌다. 주전 로스터 변화도 같은 맥락이다. ‘스매쉬’ 경기력이 좋기 때문에 주전 로스터에 합류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뚜껑을 열어봐야 알 수 있다. ‘스매쉬’는 LCK 정규시즌 첫 출전이다. 기대 이상 일수도, 못 미칠 수도 있다. 어쨌든 김 감독은 ‘경기력’으로 팬들의 걱정을 지우겠다고 했다. 지켜봐야 한다.
‘페이커’가 자신의 1000번째 경기를 ‘스매쉬’와 함께 승리로 장식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