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경무 전문기자] “오랜 기다림이었다. 나는 매우 행복하다. 지금 살아 있는 사람 중 가장 행복한 사람이다.”

무려 15경기, 1027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골을 터뜨리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살린 골잡이 라스무스 회이룬(20). 덴마크 출신인 그가 경기 뒤 감격해 쏟아낸 말이다.

그는 “세리머니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우리는 마지막까지 우리 자신을 믿었고, 오늘 승리를 거뒀다”고 했다.

맨유는 26일(현지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2023~2024 EPL 19라운드에서 아스톤 빌라를 맞아 전반 21분(존 맥긴)과 26분(리안더 덴돈커)에게 골을 얻어맞으며 끌려갔다.

하지만 19세 미드필더인 알레한드로 가르나초(후반 14분, 후반 26분), 라스무스 회이룬(후반 37분)의 골이 연이어 터지며 3-2로 통쾌한 역전드라마를 펼쳤고, 7만여명이 넘는 홈팬들 열광시켰다.

맨유는 이날 승리로 10승1무8패 승점 31로 리그 8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고, 그동안 팀 성적부진으로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이었던 에릭 텐 하흐 감독도 모처럼 웃을 수 있었다.

아스톤 빌라는 이번 시즌 EPL 포함해 모든 경기에서 11경기 만에 뼈아픈 역전패를 당하며 12승3무4패 승점 39로 리그 3위에 머물렀다.

전반을 0-2로 끝낸 뒤 텐 하흐 감독 등 맨유 선수단은 홈팬들로부터 야유를 받았다. 그러나 이후 힘을 냈고 믿기지 않는 역전드라마를 완성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계속 믿어야 한다. 우리 팬들은 그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항상 우리 뒤에 있고, 우리는 많은 좌절을 겪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이 팀의 경기력에 만족한다. 어떤 팀이 우리가 겪은 많은 좌절을 감당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회이룬은 이날 2-2이던 후반 37분 코너킥 상황에서 문전 혼전 중 왼발슛으로 골문을 갈랐다.

맨유는 이날 전반 2골을 먼저 내줄 때만 해도 EPL 19경기에서 9번째 패배를 당하는 듯 했지만, 알레한드로 가르나초가 후반 14분 마커스 래시포드의 어시스트를 받아 페널티박스 중앙에서 강력한 슛으로 첫골을 넣으며 분위기를 바꿨다.

이어 그는 12분 뒤에는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와 공을 주고받은 끝에 동점골까지 폭발시켰다.

가르나초는 경기 뒤 “엄청 기분이 좋다. 우리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다. 우리는 2-0으로 지고 있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고, 팀의 훌륭한 역전승이었다”고 말했다.

맨유로서는 짐 랫트클리프가 크리스마스 이브에 맨유 지분 25%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다음 처음 치른 경기에서 일궈낸 짜릿한 승리였기에 의미는 더했다.

이날 랫클리프의 이네오스 스포츠 스포르팅 디렉터 데이비드 브레일스포드도 관중석에 앉아 있었는데, 맨유가 2실점하자 홈팬들의 큰 야유를 들어야 했다.

그리고 원정 팬들은 “올드 트래포드가 무너지고 있다”는 노래를 부르며 텐 하흐 감독을 야유했다.

맨유는 이날 7개의 유효슈팅을 터뜨리며 4개인 아스톤 빌라에 앞섰다. 공점유율은 53.8%로 아스톤 빌라가 다소 우위였다.

지난 8월 아탈란타에서 맨유로 이적한 회이룬은 이번 시즌 챔피언스리그 4경기에서 5골을 넣었지만, EPL에서는 공격포인트 하나 올리지 못하며 골기근에 시달렸다.

회이룬은 “나는 그 골이 기억난다. 좋은 마무리였다. 행복하다. 우리 3명의 공격수들도 오늘 많은 자질과 자신감을 보여줬기 때문에 기쁘다”고 말했다.

에릭 텐 하흐 감독은 이날 라스무스 회이룬을 원톱, 마커스 래시포드-브루노 페르난데스-알레한드로 가르나초를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코비 마이누를 수비형 미드필더, 디오고 달롯-조니 에반스-라파엘 바란-애런 완 비사카를 포백, 안드레 오나나를 골키퍼로 선발 출장시켰다.

후반 30분 넘어서는 안토니와 스콧 맥토미니가 래시포드, 마이누와 교체돼 들어갔다. kkm100@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