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효원기자] 미국의 화가 빌 트레일러 (1854~1949)는 미국 앨라배마주의 목화농장에서 평생을 노예로 살다가 놓여난 후에는 거리의 노숙자가 됐다. 그림을 배운 적 없던 그는 85세의 나이에 광고지 뒷면에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해 아프리카의 무의식이 담겨있는 개성있는 그림으로 유명해졌다.

이처럼 그림은 미술을 전공한 전공자의 전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그림을 가지고 태어나며, 그림은 그리는 사람의 것이다.

이희승 작가 역시 마찬가지. 그림을 전공하지 않았지만 그림에 대한 열망을 감추지 못하고 주경야독으로 그림을 그려 독창적인 화풍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 미술 관계자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지난 26일 개막해 내년 1월 21일까지 경기도 분당에 위치한 아트gg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이희승 작가는 개성있는 화풍의 작품을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이희승 작가의 그림은 최근 미국 뉴욕의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서 전시돼 주목받았다. 개인 SNS에 공개한 그림을 본 미국의 유명 큐레이터가 직접 전시를 요청해 성사된 전시였다. 전 세계적으로 전시업계에 영향력이 큰 ‘잇츠리퀴드’ 그룹으로부터 베니스 전시회와 런던 전시회에 잇따라 초대됐다.

이희승 작가는 “SNS에 올려놓은 그림을 보고 해외 큐레이터나 미술관장님들이 연락을 해온다.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시도 그랬지만 내년 4월 파리, 10월 런던 전시도 잡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는 무명 작가에 가깝지만 해외에서는 오직 그림으로 평가받다보니 이같은 행운이 이어지고 있다고 밝힌 이희승 작가는 “출신 학교나 유명 갤러리 소속 작가가 아닌데도 해외 유명 갤러리에서 전시를 하자고 하는 일이 이어지고 있어 얼떨떨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의 그림에는 장소와 사람이 있다. 서울 남산, 전주, 러시아 등 여행지가 주로 등장하고, 사람 중에서도 특히 여성이 자주 등장한다.

프랑스 철학자 질 들뢰즈와 펠릭스 카타리 공저 ‘천개의 고원’을 읽고 자신을, 마음의 소리를 듣기 시작한 그는 주위의 사람과 환경의 소중함을 그림으로 담아내기 시작했다.

이희승 작가는 “제 작업의 핵심을 담은 작품이 ‘웨딩’인데 등장하는 사람들이 모두 여행 가방을 들고 무표정하게 서있다. ‘콘서트’라는 작품에서는 연주자도 관객도 모두 헤드셋을 쓰고 있다. 우리가 보통 이럴 것이다라고 하는 특정한 믿음에 고정되지 않고 움직이는 유목민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풍경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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