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신재유기자] 계룡산 화가이자 산의 작가로 불리는 중견 서양화가 신현국 화백이 재조명되고 있다. 신 작가는 추상미술 사조가 한국 화단에 도입되어 조금씩 외연을 넓혀가던 1960년대부터 80년대 후반까지 추상화에 몰두하면서 비구상 작가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주로 영성(靈性)이 깃든 계룡산을 그리는데 그의 그림에는 격물치지(格物致知) 정신으로 체화한 경험철학이 녹아 있다. 그는 끊임없이 약동하며 변화하는 산의 모습을 관찰하고 산에 내포된 무수한 물상과 내면에 잠재된 것들에 대해 관조하고 깊이 사색하며 가시적인 세계와 불가시적 세계를 연결한다.

이를 통해 터득한 심오하고 미묘한 이치와 의미를 압축·함축해 산이라는 통합된 존재물로 환치한다. 그는 세부 묘사를 생략한 채 강한 붓 터치로 대상의 윤곽을 간략히 처리하고 마티에르가 두드러지게 표현되는 조형 문법과 언어로 산에 잠재된 소리의 무늬를 형이상학적으로 변주하면서 바깥으로 드러낸다.

따라서 신 작가는 수십 년째 반복적으로 계룡산을 그리지만 ‘빛이 있는 자연’, ‘산의 울림’, ‘빛이 있는 자연의 소리’ 등 일련의 작품들은 재현 또는 동질화되는 일이 없다. 오히려 저마다 다른 냄새와 소리, 빛, 울림, 생동감, 기품을 발산하면서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작품 전시로 서울 아트 쇼가 지난 22일~26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렸다. 2023 스포츠서울 라이프특집 이노베이션 리더 대상에 선정된 신 작가는 “영원히 포착되기를 거부하고 단 한 순간도 잠들지 않는 산을 수도 없이 헤매면서 마주하는 그 산을 통해 삶을 배운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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