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농구계 유명스타 이관희(창원LG)가 예능계 ‘관쪽이’로 다시 태어났다.

코트에서는 그날의 컨디션에 따라 잘할 때는 ‘갓관희’, 못할 때는 ‘가관희’라는 애칭으로 불렸지만 11일 종영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솔로지옥3’에서는가관희(가관+관희의 합성어)로 일관했다.

‘솔로지옥’은 지옥도라는 이름의 무인도에 젊은 싱글 남녀가 갇혀 서로를 알아가는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첫 시즌에서 프리지아를, 두번째 시즌에서 덱스를 배출하는 등 매 시즌마다 큰 화제를 모았다.

이관희는 단연 이번 시즌 최고 화제의 인물이었다. 그는 방송 내내 혜선, 규리, 하정, 민지까지 총 네 명의 여성을 오가며 마음을 떠봤다. 자신에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여성을 선택하겠다는 거만한 태도를 유지하다가도 막상 여성 출연자가 진심을 표현하면, 엉뚱한 리액션으로 일관했다.

이관희는 작은 이슈가 있을 때마다 마음이 흔들렸다. 혼자만 간직하는 게 더 나을법한 말들을 남녀 가리지 않고 솔직하게 전했다. “민지가 이상형인데, 결혼을 생각하면 혜선”이라는 시대에 역행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마음에 드는 여성이 누구냐는 질문에 ‘쟤 쟤 얘’라고 말한 장면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일으켰다. 여성 출연자들은 이관희를 도마 위에 올려놓고 살벌하게 뒷담화를 했다.

대체로 연애 리얼버라이어티 패널들은 출연자를 옹호하고 포장하기 마련인데 ‘솔로지옥3’ 패널들은 이관희 보호를 일찌감치 포기했다. 이다희는 이관희에게 “비겁하다”며 치밀어 오르는 화를 드러냈고 홍진경은 “진짜 지겹다”며 혀를 끌끌 찼다. 덱스와 규현, 한해가 어떻게든 이관희 마음을 이해시키려 노력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곧 ‘관희지옥’, ‘관쪽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여초 커뮤니티에서는 이관희에 대한 불만과 비판이 쏟아졌다. 그럼에도 이관희에게는 지구 끝까지 미워할 수는 없는 매력이 있다. 190cm의 큰 키에 탄력적인 근육, 남다른 운동신경 등 외적으로 보여지는 남성미는 물론, 솔직한 모습이 호감 요인이다. 그는 자신의 속내를 모를 뿐 거짓을 보여준 적은 없다. 상대가 화를 낼 때 “화 내지마”라며 꼬리를 내리는 모습은 인간적이다.

이관희의 비겁함에 하정은 비판했고, 민지는 울었으며, 혜선은 화를 냈다. 이 과정을 거치고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것을 깨닫는 장면은 ‘솔로지옥3’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다. 급기야 모든 출연자가 지옥도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엔 굵은 눈물방울을 뚝뚝 흘렸다. 이후 혜선 앞에서도 눈물을 흘렸다.

마지막까지 민지와 혜선 사이에서 고민하던 이관희는 결국 혜선을 선택해 커플로 지옥도를 탈출했다. 끝까지 자신의 마음을 살펴보려는 노력에서 초반부 그를 향한 공분도 크게 사라졌다.

이런 점은 ‘솔로지옥2’가 발굴한 덱스와 비교된다. 덱스가 시니컬한 태도를 취하면서도 여성들을 은근히 챙겨주는 츤데레(겉은 차갑지만 속은 따뜻한 이중적 성향을 뜻하는 신조어)인 반면, 이관희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행동으로 뒷목을 잡으며 웃게 만들었다. 덱스가 수많은 여성의 지지를 받는 것과 달리, 이관희는 남성 시청자들의 애정을 받고 있다.

최근 KBL 시즌이 시작되면서 이관희는 본업에 들어갔다. 선수 나이로는 꽉 찬 35살이다. ‘솔로지옥3’에서 보여준 통통 튀는 캐릭터가 매력적이란 점에서 향후 방송계의 러브콜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서장훈과 허재, 현주엽에 이은 농구 선수 출신 방송 스타의 초석이 다져졌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