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윙어’ 에이스 맞대결이 다가온다.

‘황금 왼발’ 한국(FIFA 랭킹 23위) 이강인(파리 생제르맹)과 2022 카타르월드컵에서 ‘우승팀’ 아르헨티나를 격파하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사우디아라비아(56위) 살렘 알 다우사리(알 힐랄)는 31일 오전 1시(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에듀케이션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16강전에서 정면충돌한다.

패하면 짐을 싸서 돌아가야 하는 녹아웃 스테이지는 결국 기둥간의 싸움이다. 경기 내용도 중요하지만, 결과를 얻으려면 주력 요원의 활약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한국은 해결사 이강인을 앞세워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조별리그 E조 2위(1승2무)로 16강에 오른 한국은 ‘우승후보’ 답지 않은 경기력을 보였다. 특히 ‘조 최약체’로 꼽히는 말레이시아(130위)와 3-3 무승부를 거두며 실망을 안겼다. 뚜렷한 부분 전술 색채가 없는 ‘클린스만호’에서 이강인은 전술이자 곧 무기가 되고 있다.

그는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풀타임을 소화하며 3골1도움을 기록했다. 조별리그 첫 경기였던 바레인(3-1 승)전에서 결승골과 추가골을 작렬했다. 말레이시아(3-3 무)와 최종전에서도 1-2로 뒤진 후반 환상적인 왼발 프리킥으로 한국의 공격을 깨웠다.

한국이 수세에 몰리고 공격이 잘 풀리지 않을 때 이강인이 개인 능력으로 ‘해결사’ 노릇을 했다. 조별리그에서 졸전 속 한국이 패배를 당하지 않은 데엔 그의 활약이 절대적이었다.

이강인 효과는 공격포인트에만 그치지 않는다. 오른쪽 윙어로 나서는 그는 특유의 번뜩이는 움직임과 기회 창출로 개인 전술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하는 클린스만호 공격의 엔진 구실을 한다. 매혹적인 탈압박에 이은 ‘택배 크로스’는 상대 뒷공간을 날카롭게 파고든다. 한국의 주 공격 옵션 중 하나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 체제에서 견고한 방어망을 지닌 사우디를 상대로도 그의 발끝에 시선이 가는 이유다.

한국은 사우디에 좋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 9월 A매치 평가전에서 조규성의 선제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둔 바 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한국 사령탑 데뷔승이었다. 이전까지 잦은 근태 논란과 더불어 한국 지휘봉을 잡고 5경기째 승리를 얻지 못해 궁지에 몰린 클린스만 감독에겐 여론을 돌릴 계기가 됐다.

클린스만 감독은 사우디와 16강전을 앞두고 “사우디는 스위치 플레이가 강하다. 전방에서 자연스럽게 본인 위치를 바꾼다. 흐름을 타면 무섭다. 또 개인 능력이 좋은 선수, 특히 공격진의 주요 선수를 경계한다. 모든 팀이 그렇지만 사우디도 분명 약점이 있다. 공략 잘하면 좋은 경기할 듯하다”고 이야기했다.

F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오른 사우디엔 ‘아르헨 격파’의 일등 공신인 알 다우사리가 있다. 왼쪽 윙어인 그는 1년 2개월 전 카타르 땅에서 열린 월드컵 조별리그 첫판 아르헨티나와 경기에서 1-1로 맞선 후반 8분 상대 수비수 4명을 제친 뒤 감아 차기 슛으로 결승골을 넣은 적이 있다. 그 뿐 아니라 멕시코와 최종전에서도 골맛을 보는 등 강한 인상을 남겼다.

속도와 기술을 모두 갖춘 알 다우사리는 유연한 드리블을 활용한 돌파의 정확한 슛이 일품이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서는 만큼 마주하는 장면이 자주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알 다우사리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세 경기 모두 그라운드를 밟았지만 아직 골이 없다. 소속팀에서 그는 2023~2024시즌 18경기에 출전해 9골2도움을 기록 중이다. 녹아웃 스테이지에서 제 가치를 발휘할지 지켜볼 일이다.

에이스를 향한 상대 견제는 심할 수밖에 없다. 견제를 어떻게 풀어나가고 뚫어내느냐는 에이스의 숙명이다. 측면을 활용해 공격을 주로 풀어가는 한국과 사우디에서 이강인과 알 다우사리의 ‘에이스’ 대결은 승패와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