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도하=강예진 기자] 막내에서 주장으로 ‘설욕’에 나선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FIFA 랭킹 23위)은 오는 3일 오전 12시30분(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알 자누브 스타디움에서 킥오프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8강에서 그레이엄 아놀드 감독이 이끄는 호주(25위)를 상대한다.
‘주장’ 손흥민에게 호주는 좋은 기억의 대상이 아니다. 손흥민이 생애 두 번째로 참가했던 2015 호주대회 결승에서 1-2 통한의 역전패를 떠안은 기억이 또렷하게 남아있다. 55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한국은 ‘준우승’에 그쳐 씁쓸하게 짐을 싸서 돌아가야 했다.
당시 손흥민은 천당과 지옥을 오갔다. 0-1로 뒤진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렸다. 이 골은 한국 축구 아시안컵 통산 100호골이자, 손흥민의 A매치 10호골이다. 극적으로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지만 연장전반 14분 호주 제임스 트로이시에게 역전골을 내줬다. 결국 승부를 되돌리지 못했고, 경기 종료 후 손흥민은 차두리 현 대표팀 코치 품에 안겨 아쉬움의 눈물을 쏟아내며 ‘손울보’가 됐다.
설욕의 기회가 왔다. 9년 전 ‘막내’였던 손흥민은 ‘주장’으로 복수와 함께 우승 트로피를 노리고 있다. 9년 사이 손흥민도 부쩍 성장했다. 대표팀은 물론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EPL) 토트넘에서도 주장 완장을 차고 득점 3위(12골)를 달리고 있다. 실력은 물론 마인드까지 더욱 단단해졌다.
더욱이 한국은 9년 전과 비교해 해외파도 늘었다. 손흥민을 중심으로 이강인(파리생제르맹), 황희찬(울버햄턴), 김민재(바이에른 뮌헨) 등 역대급 전력을 갖추고 이번대회를 치르고 있다. 지난 사우디아라비아와 16강전에서는 ‘드라마’같은 승전고를 울리며 분위기가 한껏 올라있다.
손흥민은 “2015년 얘기를 꺼내는 게 참 그렇지만, 당시에도 마음이 상당히 아팠다. 그때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크다. 중요한 경기인 만큼 잘 회복해서, 좋은 경기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다짐했다.
호주는 조별리그 B조 1위(2승1무)로 16강에 올랐다. 16강에서는 인도네시아를 4-0으로 대파했다. 강력한 피지컬과 파워를 앞세운 높은 골 결정력으로 ‘화력쇼’를 뽐냈다. 경계 대상은 팀 내 가장 많은 골을 기록 중인 잭슨 어빈(장크트파울리)과 해리 수타(레스터 시티)다. 어빈은 ‘베테랑’ 중앙 미드필더로 2013년부터 A매치 65경기에 출전해 11골을 기록하고 있다. 이번대회에서는 인도, 시리아와 조별리그 1, 2차전에서 골맛을 봤다. 수타는 유럽에서 뛰는 센터백답게 피지컬이 강력하다.
마냥 쉽게 봐선 안 될 상대다. 호주는 조별리그 세 경기와 16강전을 포함해 한국이 상대한 팀 가운데 FIFA랭킹이 가장 높다. 역대 전적도 8승11무9패로 팽팽하다. 가장 최근 맞대결은 2019년 6월 부산에서 열린 A매치 친선 경기로 황의조의 결승골에 힘입어 1-0 승리를 거뒀다.
역대 맞대결을 살펴보면 한 골차로 승부가 많았다. 2골차 이상으로 승패가 갈린 건 2009년 6월 A매치의 3-1 승리였다. 더군다나 호주는 지난달 28일 16강전을 ‘정규시간’ 내에 끝내고 한국보다 이틀 더 휴식을 취했다. 120분 혈투 이후 승부차기에서 8강 티켓을 따낸 한국보다 체력적 우위를 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손흥민은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은 분명하다. 호주도 상당히 좋은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다. 다만 축구라는 스포츠는 항상 이변이 발생한다”면서도 “(사우디와 16강전 승리는) 우리가 더 단단해지는 계기가 된 것 같다. 서포트를 받아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한 발 두 발 더 뛸 수 있는 힘과 원동력이 생겼다”고 힘줘 말했다. kk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