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플로리다=김동영 기자] 프로선수에게 ‘노인네’라는 호칭은 달갑지 않다. 그런데 이런 말을 스스럼없이 하는 코치가 있다. 선수도 웃으며 받는다. “좋다”고 한다. SSG 이야기다. 그만큼 분위기도, 페이스도 좋다.
SSG는 미국 플로리다주 베로비치의 재키 로빈슨 트레이닝 콤플렉스에서 2024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다. 2024시즌을 좌우할 수 있는 중요한 이벤트다. 1년을 통틀어 중요도로는 손에 꼽히는 행사다.
선수들이 준비를 잘해왔다. 그만큼 분위기가 좋다. 타자들은 타자들대로, 투수들은 투수들대로 한껏 기세를 올리고 있다.
6일(한국시간) 베로비치 일대에 비가 내렸다. 실외 훈련이 쉽지 않았다. 문제는 없었다. 이에 실내에서 연습을 진행했다. 타자들은 배트를 돌렸고, 투수들도 불펜장으로 이동해 공을 뿌렸다.
특히 불펜장이 뜨거웠다. 한 번에 4명씩 던질 수 있다. 돌아가면서 30~50구씩 소화했다. 이미 캠프 시작부터 불펜피칭에 들어갔다. 대부분 두 번째로 던졌다. 힘이 있었다. 이지영, 김민식 등 공을 받은 포수들도 “나이스 볼”, “좋다”를 연신 외쳤다.
베테랑 노경은은 이날 처음으로 던졌다. 30개를 뿌렸다. 속구와 커브를 던지며 점검했다. 투구 후 “마음에 들었다. 첫 피칭인데 좋았다. 준비 열심히 하고 왔다”며 웃었다.
투구를 지켜본 송신영 수석코치는 “노인네! 너무 빠른 거 아냐?”라고 했다. 놀라움이 묻어났다. 노경은은 “괜찮아요”라며 웃었다. ‘노인네’ 소리에도 “재미있잖아요”라며 씩 웃었다.
배영수 투수코치 역시 “공 정말 좋다. 밸런스 좋더라”며 “뒷다리만 살짝 신경 쓰면 될 것 같다”고 짚었다. 노경은은 “조금 안 좋을 때가 있다. 신경 쓰겠다. 이 정도 되니까 나도 요령이 생긴다”고 답했다. 배영수 코치는 고개를 끄덕였다.
2024년 부활을 노리는 박민호도 힘차게 공을 뿌렸다. 체인지업에 공을 들였다. 배영수 코치는 “사이드암이기 때문에 좌투수를 상대할 체인지업은 필수다. 안 되더라도 계속 던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체인지업을 많이 던지는 투수는 아니다. 속구-슬라이더 위주로 던졌다. 체인지업의 비중을 늘리고자 한다. 아직 손에 익지는 않았지만, 계속 던지면서 감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공을 받은 이지영은 “죽인다”며 박민호를 격려했다.
박민호는 “빨리 내 무기로 만들어야 한다. 오늘 총 50구 던졌는데 체인지업을 많이 던졌다. 이지영 선배님이 ‘한 번 받아보자’며 앉으셨다. 무서운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미소를 지었다.
이어 “올해 정말 잘해야 한다. 매년 칼을 갈고 왔는데 시즌 때 좋지 못했다. 올해는 칼이 아니라 총을 꺼내야 할 것 같다. 경기에 많이 나가고 싶다. 지금은 컨디션 좋다. 잘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외에 백승건, 최민준, 조병현, 서상준, 김광현 등 많은 투수들이 차례로 불펜피칭을 소화했다. 지켜보는 코치와 트레이너들도 만족감을 표했다. ‘오버 페이스’를 걱정할 정도. 관리하겠다는 뜻을 내놨다.
부상 등으로 차질이 발생하는 것보다 낫다. 그만큼 페이스가 좋다. 특히 불펜은 2024년 SSG의 중요 포인트다. 2024시즌 어떤 모습을 보일까. 일단 출발은 ‘쾌조’ 그 자체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