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국내 출생아 수가 가파른 감소세다. 10년 전에 비해 반토박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우리나라의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1만35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한국은 이제 인구 위기를 우려하는 실정이다.

그러나 저출산 현상이 가속화 중인 것과 달리 국내 유아용품 시장은 고공행진 중이다.

최근 국내 부모 세대들은 가구당 많으면 2명, 대부분 1명의 자녀를 양육하고 있다. 이에 한명의 아이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여는 ‘VIB’(Very Important Baby) 소비가 강화되면서 고가의 프리미엄 브랜드 유아용품 매출은 오히려 탄력을 받고 있다.

◇ 저출산 쓰나미가 왔다

지난달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출생아 수는 21만3572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월별 출생아가 2만명을 밑도는 1만7000명 선으로 떨어지면서, 연간으로 23만명을 넘기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지난 2022년(24만9186명)과 비교하면 2만명 안팎 감소한 수치다. 실제 출생 월과 차이가 있는 ‘주민등록기준 출생등록’도 2022년 25만4628명에서 지난해 23만5039명으로 2만명가량 줄었다.

이렇게 되면 2015년부터 8년째 급감 추세를 이어가는 것인데, 해마다 1만~3만명씩 줄면서 8년 전 약 44만명에서, 이제는 23만명도 간당간당한 수준으로 사실상 반토막이다.

40만명대에서 등락했던 출생아 수는 2015년을 기점으로 8년째 가파른 감소를 이어가면서 20만명 선도 위협받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됐다.

◇ “비싸야 잘 팔린다”…MZ 부모 한몫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연간 출산율이 0.7명대에 턱걸이할 것으로 보이지만, 국내 아동복 시장은 매년 역대급 호황기다.

지난해 한국섬유산업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국내 아동복 시장 규모는 1조648억원으로 전년 대비 16.8% 성장했다. 같은 기간 전체 패션시장 규모가 43조3508억원으로 전년 대비 7.5% 성장한 것과 비교해 훨씬 큰 폭으로 시장이 확대됐다.

특히 명품 아동복이 눈길을 끌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손녀가 몽클레어 패딩을 착용한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다. 이후 몽클레어 패딩은 유아동 시장 인기 상품으로 등극했으며, 현재도 몽클레어 패딩은 유아, 성인 가릴 것 없이 고가에도 높은 판매율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유명인, 일부 연예인들이 주로 구매해 오던 유아 명품 브랜드 구매자의 확산엔 부모세대가 된 MZ세대의 영향이 크다. MZ세대 부모들은 육아 패러다임을 바꾸고, 유아 명품 성장세를 가속화했다. 알파키즈(2010년 이후 출생 유아동)를 둔 1980~1990년대생 부모들은 ‘내 아이는 최고로 해주고 싶다’는 심리로 자녀를 위해 아낌없이 지갑을 열고 있다.

이에 디올 베이비 보디슈트 경우도 100만원대를 호가하지만 인기상품으로 꼽히고 있으며 펜디 키즈, 지방시 키즈, 몽클레르 앙팡 등 적게는 50만원대에서 200만원대에 이르기까지 고가라인업도 높은 판매율을 보인다.

결국 백화점을 중심으로 한 고가의 유아 프리미엄 브랜드도 날개를 달았다. 고가의 명품 브랜드 매출 신장률은 전체 유·아동 매출 증가율을 크게 뛰어넘을 정도다.

롯데백화점에서는 지난해 부가부, 스토케 등 프리미엄 브랜드 유아용품 매출이 25% 늘었고 펜디키즈, 지방시키즈 등 명품 유아동 브랜드 매출은 1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에서도 수입 아동 브랜드 매출이 15% 증가했으며 현대백화점에서는 26.7% 늘었다.

백화점 업계는 이런 추세를 고려해 고가 브랜드 구성을 강화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본점과 잠실점 등을 중심으로 버버리, 겐조, 펜디, 지방시 등의 키즈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도 베이비 디올, 몽클레르 앙팡, 엠포리오 아르마니 주니어 등 명품 아동복 브랜드를 선보이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다음 달 판교점에 몽클레르 앙팡을 열고 6월에 베이비 디올 매장도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출생으로 귀해진 자녀나 조카, 손자 등을 위해 지갑을 열기를 마다하지 않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프리미엄 브랜드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며 “백화점 업계도 이런 상품군을 지속해서 강화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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