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역시 차기 빅리거였다.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를 취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미국 취재진도 김혜성(26)을 잘 알고 있었다. 김혜성이 강속구를 공략한 모습에 흥미를 보였다. 다저스 로버츠 감독 또한 2루수로서 김혜성이 보여준 움직임에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일 년 후에는 다른 유니폼을 입을 수 있는 김혜성이다.

김혜성은 18일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 다저스와 평가전에서 1번 타자 2루수로 출장했다. 전날 샌디에이고전과 같은 자리로 라인업에 이름을 올린 김혜성은 3타수 1안타 1득점했다.

강렬한 안타였다. 김혜성은 3회 다저스 강속구 투수 바비 밀러에게 2루타를 쳤다. 밀러의 96마일 속구에 2루타를 터뜨렸다. 무사 2, 3루를 만들었고 이후 3루까지 진루한 김혜성은 강백호의 희생플라이에 득점도 했다. 김혜성이 자랑하는 빠른 다리도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전날처럼 이날도 대표팀은 에러 없는 경기를 했다. 김혜성의 비중도 컸다. 빅리그 타자들의 강한 타구를 안정적으로 처리했다. 한 차례 밸런스를 잃기도 했지만 에러는 없었다. 오타니 쇼헤이의 타구를 잡고 1루로 송구해 아웃카운트를 올리기도 했다.

경기 후 김혜성은 2루타를 두고 “일단 선두 타자 (김)성윤이가 살아 나가서 찬스를 이어주고 싶었다. 운 좋게 장타로 이어졌다. 찬스를 만들어 기분 좋았다”고 말했다. 이후 미국 기자가 이 부분을 재차 물었다. ‘96마일 공을 어떻게 준비했나’는 질문이었는데 김혜성은 “내게 유리한 볼카운트라 과감하게 스윙한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답했다.

단순히 그라운드에서 야구만 하는 것은 아니다. 김혜성은 작년부터 대표팀 주장 역할도 하고 있다. 젊은 대표팀에 리더로서 한국 야구를 대표한다. ‘전날 샌디에이고, 이날 다저스와 어떤 분위기에서 경기를 치렀나’는 질문에 “좋은 경험이라 생각하며 후회 없이 하려 했다. 모두 다시 없을 기회라 생각한 것 같다. 나 또한 내 모습 다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했다”고 밝혔다.

마냥 낯설지는 않다. 2017년 키움 입단 후 지근거리에서 빅리거로 성장한 특급 선수들을 봤다. 샌디에이고의 간판이 된 김하성과 2018년부터 2020년까지 키스톤을 이뤘다. 작년까지는 이정후와 키움 타선을 이끌었다. 현재 이정후는 샌프란시스코 유니폼을 입고 빅리그 첫 시즌을 준비하고 있다.

논쟁할 필요가 없는 현재 KBO리그 최고 2루수다. 올시즌 후에는 포스팅을 통한 빅리그 진출 자격도 갖춘다. 꾸준히 빅리거가 나오는 키움에서 또 한 명의 빅리거가 준비 중이다.

로버츠 감독의 생각도 다르지 않았다. 경기 후 인상적이었던 한국 선수를 묻자 “좋은 투수가 많이 보였다. 팔을 역동적으로 잘 쓸 줄 알더라. 우리 타자들도 강한 인상을 받았다”며 “야수 중에서는 2루수가 눈에 들어왔다. 움직임이 매우 좋았다. 눈여겨보게 되더라”고 말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