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김동영 기자] 딱 두 타자 상대했다. 충분했다. 상대 선수도, 적장도 인정한 피칭이다. 팀 코리아 ‘막내’ 김택연(19)이 존재감을 뿜어냈다. 단순히 빠른 공을 던져서가 아니다.

LA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팀 코리아와 평가전을 마친 후 “오른손 투수가 있었다. 상대한 아웃맨이 ‘정말 멋지다’고 하더라. 스트라이크 존 상단을 잘 공략했다”고 말했다. 주인공은 김택연이다.

김택연은 이날 6회말 등판해 테오스카 에르난데스-제임스 아웃맨을 모두 삼진으로 처리했다. 0.2이닝 2삼진 무실점. 에르난데스를 상대할 때 최고 시속 93.6마일(약 151㎞)의 강속구를 뿌렸다.

아웃맨을 만나서도 시속 92~93마일(약 148.1~149.7㎞)의 속구를 던졌다. 투구수 11개였는데 10개가 속구였다. 헛스윙률 100%를 기록했다. 회전수(RPM)는 최고 2483, 평균 2428이 나왔다. 양 팀 통틀어 최고 수치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속구는 오승환급이다”고 했다. 실제 투구를 지켜본 후에는 “어린 선수가 그 많은 관중 앞에서 메이저리거 상대로 자기 공을 던졌다. 기특하다. KBO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될지 궁금하다. 잘했다”고 호평을 남겼다.

로버츠 감독도 다르지 않았다. “내가 봤을 때는 시속 91마일(약 146.5㎞) 같았다. 그 공을 시속 95~96마일(약 152.9~154.5㎞)로 느껴지게 만드는 힘이 있었다. 정말 인상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로버츠 감독 생각보다 빠른 공을 던지기는 했다. 체감 속도는 실제 스피드보다 높게 느껴졌다.

김택연은 2024 KBO 신인 드래프트 전체 2순위 지명자다. 될성부른 떡잎이라 했다. 청소년 대표로 나서 불같은 강속구를 뿌렸다. 큰 기대를 받으며 프로에 왔다. 이승엽 감독의 눈길을 단숨에 사로잡았다. “김택연은 정말 다른 투수다. KBO리그를 대표하는 마무리 투수가 될 것”이라 했다.

대표팀에 와서도 실력을 뽐냈다. “태극마크 달고 처음 던졌다. 피하는 승부보다, 내 공 던지고 후회 없이 내려오자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했다. 만족한다”며 웃었다.

이어 “던지기 전부터 솔직히 긴장 많이 했다. 초구 던진 후 긴장이 풀렸다. 내 공을 던질 수 있었다. 타자를 보는 것보다, 내 공을 던지려고 했다. 그러면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강조했다.

19살 루키의 패기일까. 속을 보면 조금은 결이 다르다. 무려 빅리거를 상대로 자기 공을 테스트했단다. 계산도 깔고 들어갔다.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안고 들어갔다.

김택연은 “한가운데 던졌는데 헛스윙이 나오더라. 사실 ‘칠테면 쳐봐라’는 식은 아니었다. 내 공을 테스트하는 차원이었다. 내 정보가 없을 테니 유리할 것이라 생각했다. 결과가 잘 나왔다. RPM은 몰랐다. 좋은 형들, 빅리거들 속에서도 가장 높다는 점은 기분 좋다”며 재차 미소를 보였다.

프로 첫 등판 후 ‘어떻게 던졌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신인이 부지기수다. 빅리거가 상대라면 더 어려울 수밖에 없다. 김택연은 달랐다. ‘생소함’이라는 무기를 알고 들어갔다. 강타자를 상대로 속구를 계속 뿌렸다. 담대함과 스마트함을 동시에 갖췄다. 괜히 오승환 이야기가 나온 것이 아니다. raining99@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