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롯데 김태형 감독(57)이 칼을 빼들었다. 5선발 후보였던 한현희(31)를 개막엔트리에서 빼버렸다. 당초 선발진에 합류하지 못해 중간계투진 전망이 나왔으나, 아예 퓨처스리그(2군)로 보냈다. 베테랑인 진해수(38) 이학주(34)도 탈락했다. 실력 앞에선 최선참도 가차 없다는 걸 선수단에 메시지로 던졌다.

대신 5선발에 이인복을 올렸다. 김 감독은 19일 한현희 보직에 대해 묻자 “그건 개막엔트리 보세요”라며 탈락을 암시했다.

결국 예상이 들어맞았다. 한현희는 프리에이전트(FA) 40억으로 지난해 롯데에 합류했다. 38경기에 출전해 6승12패 3홀드 0세이브 평균자책점 5.45로 부진했다. 키움(2012~2022) 시절보다 구위가 떨어졌다. 2013년(27홀드)과 2014년(31홀드) 2년 연속 홀드왕을 차지했지만, 그때에 비해 비해 현저히 낮은 성적을 기록했다.

시범경기에서도 부진했다. 10일 SSG와 시범경기에서 한현희는 5회초 등판해 6회초까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그러나 7회부터 흔들렸다. 박성한과 전의산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한 뒤 최지훈 오태곤에게 연속 적시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왔다. 2.2이닝동안 4안타 3실점 2볼넷. 위기관리 능력에서 김 감독 눈에 들지 못했다.

베테랑 진해수도 김 감독 칼날을 피하지 못했다. 롯데는 2025년도 신인 드래프트 5라운드 지명권을 LG에 양도하고 진해수를 데려왔다. 시범경기에서 만족스러운 투구를 보여주지 못했다.

진해수는 지난 17일 한화전에서 5회 마운드에 올랐으나 하주석에게 중전안타, 이재원 볼넷, 최인호에게 우전안타를 맞으며 1실점했다. 앞서 14일 삼성전에서는 시속 135㎞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구자욱 손가락을 맞췄다. 제구가 전혀 되지 않는 모습에 김 감독이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롯데는 불펜 좌투수 고민이 컸다. 최소 2명을 기용할 것으로 봤다. 진해수 김진욱 정현수를 시험했으나 구위가 좋지 않자 결국 탈락했다. 임준섭만 홀로 엔트리에 올랐다. 퓨처스리그에서 구위를 끌어올리지 못하면 1군 무대에서 자칫 못 볼 수도 있다.

대신 최이준 우강훈 박진이 불펜으로 합류했다. 최이준은 스프링캠프서 좋은 모습을 보여 MVP까지 받았다. 2020년 말 KT에서 트레이드 된 뒤 빛을 보지 못했으나 시범경기에서 김 감독 눈도장을 받았다. 5경기 5.2이닝 5안타 3볼넷 2삼진 2실점 평균자책점 3.18을 기록했다. 스프링캠프 지바롯데 전에서는 최고구속 148㎞까지 끌어올렸다.

우강훈도 이름을 내밀었다. 한현희와 같은 사이드암 투수다. 롯데 마운드가 무너진 한화전(16~17일)에서 2경기 3이닝 1안타 1사구 3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홀로 분투한 모습에 합격점을 받았다.

박진은 롯데에 입단한지 5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엔트리에 이름을 올렸다. 시범경기 5경기에서 4.2이닝 6안타 1볼넷 1삼진 1실점 평균자책점 1.93을 기록했다. 겨우내 스프링캠프에서 갈고 닦은 실력을 시범경기에서 증명한 선수들만 엔트리에 승선한 셈이다.

신인으로는 전미르가 유일하게 승선했다. 김 감독은 “이길 수 있는 구위 가지고 있다”며 “피하지 않는 투구가 좋다”고 평가했다. 이밖에 김상수 최준용 구승민이 승선했다. 선발은 윌커슨 반즈 박세웅 나균안 이인복, 마무리는 김원중으로 확정됐다.

포수에서도 손성빈이 탈락하는 이변을 보였다. 손성빈은 메이저리그(ML) 서울시리즈 팀 코리아에도 합류해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다저스와 경기에 나섰다. 지난해 1.80초대 팝타임(홈에서 2루 송구 시간)으로 ML수준에 올랐다는 평가도 들었다. 도루저지율 0.700(7회/10회)을 기록했다.

그랬기에 탈락은 이례적이다. 포수 출신인 김 감독은 “정보근에 비하면 아직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잠재력을 갖춘 강태율이 합류했다. 입단 10년 만에 처음으로 개막 엔트리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포수는 유강남 정보근 강태율로 확정됐다.

내야에서도 베테랑 이학주가 빠지고 이주찬이 이름을 올렸다. 3루수 한동희가 내복사근 파열로 구멍이 생기자 이를 메울 자원이 필요했다. FA로 영입된 김민성이 2루에서 3루로 이동했으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았다. 백업이 있어야 했다. 여기에 좌타자가 빽빽한 상태에서 우타자 이주찬이 최종적으로 낙점됐다. 특히 수비력에서 합격점을 받았다. 이주찬은 키움 이주형의 친형이다.

고승민도 외야에서 기회를 잡았다. 시범경기 활약이 큰 도움이 됐다. 6경기에 출장해 19타수 9안타 1홈런 5득점 타율 0.474로 합격점을 받았다. 김민석이 내복사근 부상으로 빠진 틈을 잘 메웠다. 대주자 및 대수비 자원으로는 발이 빠른 황성빈이 이름을 올렸다.

가을야구를 꿈꾸는 롯데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준비 잘했다. 말로 하는 것보다, 몸으로 보여드리겠다”며 “꼭 가을야구 가겠다. 3년 안에 우승하겠다”고 약속했다. 28인 개막엔트리는 겨우내 담금질을 끝낸 롯데의 새로운 모습이다. 누군가에게는 기회, 다른 이에게는 위기다. ‘우승 청부사’ 김 감독의 조련이 시작됐다. 이번시즌 롯데가 어떤 성적을 낼지, 팬들 기대감은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