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그때는 당연히 안 줄 것으로 봤다.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

지난 1월 중순에도 LG와 롯데는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당시 테이블 중심에는 프리에이전트(FA)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이 있었다. 김민성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진행했는데 LG는 김민성에 대한 반대급부로 내야수 김민수를 선택했다.

그리고 약 두 달 반 후 양 팀이 다시 카드를 맞췄다. 지난 30일 LG가 손호영을 롯데로 보내고 롯데로부터 사이드암 우강훈을 받았다. 여전히 내야 자원이 필요한 롯데와 김민성이 없음에도 내야 자원 풍족한 LG가 뜻이 맞았다.

무엇보다 LG 입장에서는 우강훈이라는 영건 카드가 끌렸다. 지난해 10월5일과 9일 LG를 상대로 150㎞ 이상 강속구를 구사하며 무실점한 우강훈의 모습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김민성 사인 앤드 트레이드 시점에서는 롯데의 NFS(Not For Sale)로 봤던 우강훈을 영입할 수 있게 되면서 빠르게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사령탑도 원했던 우강훈이다. 염경엽 감독은 31일 고척 키움전을 앞두고 ‘1월 중순 김민성 사인 앤드 트레이드 시점에서는 롯데에 우강훈을 요청하지 않았나?’라는 질문에 “그때는 당연히 안 줄 것으로 봤다. 물어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답하며 “우리가 좋게 본 만큼 롯데도 우강훈에게 큰 기대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우강훈을 데려올 수 있게 돼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이어 염 감독은 “일주일은 함께 있을 것이다. 훈련하면서 컨디션 등을 체크하고 1군에서 던질지, 2군으로 내려가서 던질지 결정할 것”이라며 “여유를 둘 생각은 없다. 무대가 어디가 되든 빨리빨리 쓰겠다. 군복무도 마친 투수 아닌가. 편한 상황에서 등판하겠지만 일단 꾸준히 실전을 치르게 하겠다”고 우강훈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우강훈은 트레이드가 발표된 지난 30일 LG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날 61번 LG 유니폼을 입고 훈련에 임했다. 불펜 피칭도 소화했고 김경태 코치로부터 조언도 들었다.

우강훈은 “어제 많이 놀라기는 했다. 그래도 우승팀인 LG에 왔으니까 좋은 길이 열렸다는 생각이 든다. 좋은 마음으로 서울로 올라왔다”며 “LG를 상대로 1군 데뷔전을 했기 때문에 당시 기억이 뚜렷하게 난다. 그때 잘 던졌는데 당시 모습을 보고 LG가 나를 선택해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롤모델 또한 LG에 있었다. 우강훈은 “어릴 적부터 정우영 선배님의 투구를 많이 봤다. 나중에 만나면 여러 가지를 물어보고 싶다”면서 “유니폼에 붙은 챔피언 패치를 보니 멋지고 예쁘다. 우승한 팀에 와서 자부심을 느낀다. 팀이 올해도 우승하는 데에 도움이 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트레이드로 인한 이사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됐다. 우강훈은 “부모님이 경기도 광주에 계신다. 롯데에 있을 때는 자취했는데 LG로 오면서 부모님과 함께 할 수 있게 됐다. 일단은 집에서 왔다 갔다할 것 같다”며 “LG 팬들께는 작년 LG 상대로 보여준 모습을 LG 선수로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리고 싶다. 꼭 그렇게 던질 수 있게 노력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