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여주=김용일 기자] ‘힐링’하는 방식도 월드클래스다.
미국프로골프(PGA)에서 활동하는 임성재(26·CJ)는 이번시즌 개막전 공동 5위로 출발했지만 이후 한 차례도 톱10에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지난 22일 RBC헤리티지에서 공동 12위로 반등 디딤돌을 놨다.
영점을 잡던 중 그는 평소 의지대로 국내 대회 출전을 위해 곧바로 귀국, 지난해 정상에 오른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 참가했다.
대회 개막 이틀 전 귀국한 임성재는 초반 시차 적응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막판 세계 최정상의 경기력을 뽐냈다. 그는 28일 경기도 여주에 있는 페럼클럽(파72·7232야드)에서 열린 대회 최종라운드에서 선두에 두 타 차 공동 3위로 출발했다. 그러나 12번홀(파5)에서 7m 이글 퍼트를 놓치지 않는 등 후반 오름세를 타며 순식간에 리더보드 최상단에 이름을 올렸다. 15번홀(파4)에 보기를 범해 공동 선두를 내줬지만, 18번홀에서 버디를 낚으며 3언더파 69타를 기록, 최종합계 11언더파 277타로 역전 우승했다.
PGA에서 2승을 기록 중인 그는 KPGA 통산 3승째를 수확했다. 이번 대회에서 생애 첫 타이틀 방어에 성공했다. 그는 커리어 첫 ‘타이틀 방어’에 “PGA투어에서도 못했다. 확실히 느낌이 다르다”고 웃었다. 무엇보다 이 기세로 PGA에 복귀해 오름세로 돌아설 의지를 분명히했다.
임성재는 “어느 투어든 우승하는 건 컨디션이 좋다는 것이다. RBC 헤리티지부터 내가 원한 샷, 퍼트감이 올라왔다. 이번 우승으로 이어졌다”며 “이 분위기로 남은 시즌 잘 치러 페덱스컵 포인트 50위 또는 30위 이내까지 진입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역전 우승의 큰 동력으로 갤러리를 꼽았다. 임성재의 등장으로 이날에만 1만 명 이상의 갤러리가 몰렸다. 그는 “미국에서 못 느끼는 감정을 국내에서 느낀다. 이렇게 팬이 많으면 경기가 안 될때나, 힘들 때 힘을 받아 집중할 수 있다는 걸 느꼈다”고 말했다.
미국행 비행기에 다시 오르는 임성재는 내달 2일부터 텍사스 주 매키니 TPC 크레이그 렌치에서 열리는 메인스폰서 주최대회 PGA투어 더CJ컵 바이런 넬슨에 출전한다.
그는 추천 선수로 출전해 이날 6언더파를 치며 데일리 베스트를 기록한 18세 아마추어 ‘괴물 유망주’ 문동현(제물포방통고)에게도 응원 메시지를 남겼다. 국가대표 상비군으로 활동 중인 그는 최종 라운드에서 임성재와 공동 선두까지 매겨지는 등 프로 선배 앞에서 주눅 들지 않았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78타로 이정환과 공동 2위를 차지했다.
임성재는 “(문동현과) 사진을 같이 찍었다”며 웃더니 “아마추어 선수가 어려운 코스에서 우승 경쟁하는 건 대단한 일이다. 어리지만 PGA투어에 오고 싶으면 당장 도전하라고 얘기해주고 싶다. 지금처럼 좋을 때 앞만 보고 도전했으면 한다”고 치켜세웠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