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오륜기 앞에 있는 링에 서고 싶다는 꿈을 이뤘지만 코로나19 악몽에 제 기량을 펼치지 못했다. 어느덧 만 34세 베테랑. 그의 간절한 마음을 하늘도 알았을까. 커리어 마지막이 될 하계올림픽 무대를 다시 밟게 됐다.

한국 여자 복싱 간판스타 오연지(울산시체육회)가 2024 파리올림픽 본선 출전권을 극적으로 획득했다. 앞서 올림픽 쿼터 확보에 실패한 한국 복싱은 오연지의 파리행으로 자존심을 세우게 됐다.

오연지는 1일(한국시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파리올림픽 2차 세계예선 60kg급 준결승에서 핀란드의 비타넨 빌마와 겨뤄 5-0 판정승했다. 그는 이 체급 상위 3명에게 주어지는 올림픽 본선 티켓을 손에 넣었다. 대회 결승은 치르지 않는다. 세계예선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서 주관, 출전권에 해당하는 경기까지만 진행한다.

오연지는 올림픽 마지막 출전권이 걸린 2차 세계예선에서 파죽지세 오름세를 탔다. 32강과 16강에서 각각 캐롤라이나 페레이라(포르투갈). 팔콘 에스메랄다(멕시코)를 5-0 판정승으로 꺾었다. 8강에서는 브러드허스트 에이미(영국)와 맞붙어 4-1 판정승했다.

국내에 적수 없는 ‘1인자’로 불리는 오연지는 지난 2015년 아시아선수권에서 한국 여자 선수 최초로 금메달을 따냈다. 또 2017년 대회까지 2연패에 성공했고 2022년에 통산 세 번째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이밖에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여자 선수 첫 금메달을 거머쥐었으며 그해 세계선수권대회 동메달을 획득, 어려운 복싱 환경에서 선구자 구실을 했다. ‘복싱판 김연아’ 수식어가 따랐다.

선수 커리어에 마지막 남은 도전의 무대는 올림픽이다. 그는 2020 도쿄올림픽 당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예선 1위로 꿈꾸던 본선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코로나 여파로 대회가 1년 연기됐다. 고등학생 선수를 스파링 파트너로 훈련하는 등 임시방편으로 몸을 만들었지만 한계가 따랐다. 타 대륙 선수와 비교해서 실전 대회에 참가할 여건이 되지 않으면서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결국 올림픽 본선 16강에서 핀란드의 미라 포트코넨에게 패하면서 일찌감치 귀국해야 했다.

선수 은퇴 전 마지막 올림픽을 꿈꾼 그의 바람은 결국 세계예선에서 이뤄졌다. 그는 스포츠서울을 통해 “파리올림픽을 기대해달라. 이번에 정말 즐기면서 온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성적을 넘어 어느덧 서른 중반이 된 만큼 ‘라스트댄스’의 의미로 올림픽을 후회 없이 치르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한편, 지난 1월 대한복싱협회 회장에 취임한 최찬웅 회장은 현지에서 선수를 응원했다. 또 동기부여 차원에서 올림픽 출전권을 확보한 선수에게 1000만 원의 포상금을 내걸기도 했다. 최 회장은 올림픽 본선에서 금메달에 1억, 은메달에 5000만 원, 동메달에 3000만 원 포상금을 약속했다. kyi048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