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양산=장강훈 기자] “배상문 아직 살아있다는 거,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14개월 만에 고국으로 돌아온 배상문(38·키움증권)은 여전히 꿈을 꾼다. “아직 마흔도 안됐는데, 지금까지 한 노력이 너무 아깝다”고 말한 그는 “이제서야 미국 생활에 적응한 것 같아서 일단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진출에 조금 더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상문은 6일 경남 양산에 있는 에이원 컨트리클럽(파71·7142야드)에서 열린 제67회 KPGA 선수권대회(총상금 16억원)에서 모처럼 고국 팬 앞에 섰다. 샷 이글(15번홀 파5)을 성공했을 때는 배트플립을 연상케하는 클럽플립으로 갤러리의 박수갈채를 받았지만 막상 라운드를 마친 뒤에는 “아쉽다, 아쉬워”를 연발했다.

그는 이날 이글 1개와 버디4개를 잡았지만 보기 3개를 범해 3언더파 68타를 적었다. “60대 타수를 기록했다는 점에 만족한다”고 밝힌 배상문은 “모처럼 한국 잔디에서 라운드하다보니 특히 러프에서 플라이어 걱정에 거리 조절을 못하는 등 아쉬움이 있었던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목표는 모처럼 KPGA투어에 출전한 만큼 국내 골프 팬께 ‘배상문이 아직 살아있네’라는 얘기를 듣는 것”이라며 “남은 사흘도 60대 타수를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꾸준하게 플레이하다보면 우승도 넘볼 수 있지 않겠는가”라며 웃었다.

KPGA투어에서 9승을 따낸 배상문은 SK텔레콤 오픈, 매경오픈, 한국오픈, 신한동해오픈 등 굵직한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그러나 KPGA 선수권대회는 정복할 수 없는 무대였다. KPGA 통산 10승, 생애 첫 KPGA 선수권자 등극, 2014년 신한동해오픈 이후 10년 만의 우승트로피 추가 등 우승해야 할 목표가 뚜렷하다.

그는 “길지 않은 코스여서 페어웨이만 잘 지키면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드러냈지만 “관건은 역시 아이언 플레이의 일관성”이라고 보완할 점도 밝혔다.

부분시드는 있지만, 풀시드를 따낸 투어가 없어 “집에 있는 시간이 너무 많더라”며 웃은 그는 “성적이 들쑥날쑥한 건 아이언 샷이 정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원인도 알았고, 방향성도 명확히 정립했다. 정한 방향대로 똑바로 가는 게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PGA투어 복귀를 멈출 수 없다는 게 배상문의 설명. 그는 “주위에서는 ‘KPGA투어로 와서 편하게 선수생활하라’고 권유도 하지만, KPGA투어도 결코 만만한 곳은 아니”라면서도 “지금까지 PGA투어 복귀를 위해 쏟은 시간과 열정이 아쉬운 게 사실이다. 아직 30대이므로 힘도 있고 체력도 된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PGA투어 복귀에 힘을 쏟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목표를 이루려면 일단 ‘건재함’을 증명해야 한다. 그가 KPGA 선수권대회 출전을 결심하며 “살아있다는 것을 보여드리고 싶다”는 것을 첫 번째 목표로 삼은 이유다. 꿈꾸는 선수는 늙지 않는 법이다. zzan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