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 이혼 소송 중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전면 반격에 나서면서 그 사이의 부동산 인도 관련 소송에서 법원이 이번에는 SK 측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6단독 이재은 부장판사는 21일 SK이노베이션이 아트센터 나비 미술관을 상대로 제기한 부동산 인도 등 청구 소송을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가 SK이노베이션에 이 사건 부동산을 인도하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10억4560여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주라고 했다.

여기에 지난해 4월 1일부터 부동산 인도 완료일까지 월 약 2490만원도 지급하고, 소송비용도 아트센터 나비가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와 체결한 임대차계약에 따라서 미술관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원고가 계약에 정한 날짜에 따라서 적법하게 해지했으므로 피고는 목적물을 인도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전대차계약서에 따르면 양측은 보증금 44억8000여만원에 월세 821여만원, 월 관리유지비 1440여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재판부는 SK이노베이션이 2019년 3월 21일에 해지일을 ‘2019년 9월 26일’로 정해 서면으로 통보했으므로 계약이 적법하게 종료됐다고 봤다.

아울러 계약에 따라 2019년 10월 1일부터 소송을 제기하기 직전인 지난해 3월 31일까지, 이후 부동산 인도 완료일까지 발생하는 월세와 관리유지비에 해당하는 손해배상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아트센터 나비에 있다고 판단했다.

아트센터 나비는 재판에서 “SK그룹의 정신적 문화유산을 보전하고 SK의 문화경영에 이바지한 목적으로 체결된 계약이기에 이 목적에서 벗어나는 활동을 하지 않은 한 일방적으로 해지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주장이 계약의 당연한 전제가 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물리쳤다.

나비 측은 또 “노 관장의 이혼소송의 1심 판결이 선고(2022년 12월)되자 SK이노베이션이 돌연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은 계약 위반이고, 회사의 이익에 반하는 배임행위라 무효”라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 사건 소는 원고와 피고 사이의 전대차계약에 따른 해지 통보와 부동산 인도 청구이고, 달리 이것이 계약위반이라거나 배임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기각했다.

나비 측은 “이 사건 청구는 노 관장의 이혼소송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는 특수성이 있으므로 이혼소송의 최종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고도 항변했지만, 재판부는 그 특수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서린빌딩을 관리하는 SK이노베이션은 빌딩 임대차 계약이 2019년 9월 끝났는데도 아트센터 나비가 퇴거하지 않고 무단으로 점유해 경영상 손실이 커지고 있다며 지난해 4월 소송을 제기했다.

퇴거 요구 부동산은 아트센터 나비가 입주한 SK그룹 본사 서린빌딩 4층이다. 아트센터 나비는 2000년 12월 이곳에 입주했다.

노 관장 측은 그동안 SK이노베이션 측의 퇴거 요구에 대해 “이혼을 한다고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며 “미술관은 미술품을 보관하는 문화시설로서 그 가치가 보호돼야 하고 노 관장은 개인이 아닌 대표로서 근로자들의 이익을 고려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맞섰다.

이 소송은 지난달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1조3808억원대 재산을 분할하고 위자료 20억원을 주라고 판단한 이혼소송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 과정에서 언급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당시 재판부는 최 회장이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는 상당한 돈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해줬지만 SK이노베이션은 퇴거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해 노 관장이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이라며 위자료 20억원을 인정했다.

노 관장 측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평안 이상원 변호사는 이날 선고 직후에 “25년 전 최 회장의 요청으로 이전한 미술관인데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항소 여부는 생각해 볼 예정으로 이 무더위에 갈 데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라 여러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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