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이례적이었다. 늘 선발진 운영을 두고 애를 먹었는데 두 달 넘게 로테이션이 유지됐다. 리그에서 유일하게 개막 로테이션을 이어가는 팀이었다. 시즌 첫 60경기까지 ‘선발 야구’를 했던 LG 얘기다.

5명 모두 마냥 순항한 것은 아니었다. 외국인 원투 펀치 케이시 켈리와 디트릭 엔스가 기복에 시달렸다. 지난해 국내 선수 최다승(14승)을 올린 임찬규도 4월까지 슬럼프에 빠졌다. 그래도 구성이 바뀌지는 않았다. 최원태가 에이스 구실을 했고 손주영도 5선발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펼쳤다. 임찬규가 5월부터 지난해 모습을 재현했고 켈리와 엔스의 기복도 줄었다.

60경기째를 치른 지난 6월2일까지는 그랬다. 두산을 상대한 주말 3연전 스윕까지 이루면서 선발 야구의 힘을 증명했다. 오랫동안 LG와는 인연이 없었던 퀄리티스타트(QS: 선발 6이닝 이상·3자책점 이하) 1위, 선발 최다 이닝 등을 달성했다.

하지만 페넌트레이스는 길다. 긴 마라톤을 주행하는 동안 변수가 없을 수 없다. LG도 마찬가지다.

6월3일 월요일. 임찬규가 화요일과 일요일 주 2회 등판을 하루 앞두고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전날 훈련 중 갑자기 허리에 통증을 느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약 일주일이 지난 6월11일 화요일에도 선발이 갑자기 사라졌다. 임찬규와 마찬가지로 주 2회 등판이 잡힌 최원태가 선발 등판 당일 오전 오른쪽 옆구리에 불편함을 느꼈다. 상대 팀에 양해를 구해 선발 투수를 교체했고 최원태도 엔트리에서 빠졌다.

반전은 없었다. 4일 잠실 키움전부터 지난 21일 잠실 KT전까지 6차례 불펜 데이에 임해 단 1승만 거뒀다. 5번의 패배 중 두 번은 일찍이 상대에 승기를 빼앗긴 완패였다. 6월2일까지 4.59였던 선발 평균자책점은 이후 16경기 동안 5.38로 치솟았다.

순위표에서는 4위로 떨어졌다. 6월7일부터 11일까지 닷새 정상을 밟았다가 하향 곡선이다. 최근 10경기 3승7패. 2위 삼성과 0.5경기 차이에 불과하지만 1위 KIA와는 3.5경기 차이다.

물론 이렇게 끝난다는 법은 없다. 잃어버렸던 선발 단추 하나도 돌아왔다. LG는 22일 잠실 KT전 선발로 임찬규를 예고했다. 큰 부상은 피했고 회복 후 투구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임찬규가 건재한 모습을 보여주면 선발진 공백은 한자리뿐이다.

어느 때보다 치열하면서 마운드 고민이 많은 시즌이다. 10구단 중 절반가량은 우승을, 남은 절반은 가을 야구를 바라보는데, 마운드 이탈 자원이 많다. 그래서 결국에는 덜 아픈 팀. 꾸준히 마운드 빈자리를 채워 넣는 팀이 목표를 이룬다.

LG 역시 여전히 스프링캠프를 치르듯 매일 새로 퍼즐 조각을 맞춘다. 외국인 투수 한 자리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면서 불펜진은 수시로 변화를 준다. 유영찬과 김진성으로 버텨왔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정우영 이지강 김유영 중 누군가는 든든히 경기 후반을 책임져야 다시 선두 경쟁에 임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