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황희찬(울버햄턴)에 인종차별성 발언을 한 이탈리아 구단의 해명이 더 큰 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세리에A의 코모1907은 16일 성명을 발표하고 황희찬에 대한 인종차별 이슈를 해명했다. 코모는 “우리는 인종차별을 용납하지 않으며 모든 형태의 인종차별을 비판한다”라면서 “우리는 문제의 수비수에게 무슨 말을 했는지 알아냈다. 그는 ‘그를 무시해. 자기가 재키 찬이라고 생각해’라고 말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은 선수의 이름과 관련이 있다. 그의 팀 동료들이 ‘차니’라고 언급한 것과 관련이 있다고 확신한다”라며 황희찬을 향한 ‘재키 찬’ 발언은 인종차별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심지어 코모는 “일부 울버햄턴 선수의 반응으로 인해 이 사건이 지나치게 과장된 점이 실망스럽다”라며 울버햄턴을 비판하는 듯한 메시지도 남겼다.
울버햄턴과 코모는 이날 스페인 마르베야에서 프리시즌 친선경기를 치렀다. 그런데 경기 도중 황희찬의 팀 동료인 다니엘 포덴세가 상대 선수를 주먹으로 가격해 퇴장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포덴세는 코모 선수가 황희찬을 향해 인종차별성 발언을 하자 참지 않고 격하게 반응한 것으로 확인됐다. 울버햄턴의 개리 오닐 감독도 황희찬에게 경기 소화 여부를 묻는 등 배려하는 모습도 나왔다. 오닐 감독은 “런 상황이 벌어진 게 너무 실망스럽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말했다. 울버햄턴은 이 사건을 유럽축구연맹(UEFA)에 제소할 예정이다.
사건이 커지자 코모는 나름대로 해명하려 했지만, 변명으로 일관하는 태도를 보인다. 서양인이 아시아인을 인종차별하는 주된 방법 중 하나가 비슷한 생김새를 지적하는 것이다.
최근 토트넘 홋스퍼의 손흥민 동료인 로드리고 벤탕쿠르가 “손흥민이나 그의 사촌이나 똑같이 생겼다”라고 발언해 뭇매를 맞기도 했다. 심지어 벤탕쿠르는 잉글랜드축구협회(FA) 징계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유명한 아시아 영화배우인 재키 찬을 황희찬에 비유한 언행은 이러한 맥락에서 문제가 되기에 충분하다. 궁색하게 이름이 비슷하다는 핑계를 댈 만한 사안으로 볼 수 없다.
코모의 해명은 인종차별을 보는 시각이 여전히 미개하다는 것을 바로 보여준다. 이러한 행위는 오히려 2차 가해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제기하기에 충분해 보인다.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