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애국심에 기댄 뻔한 스토리로 연출하진 않을 겁니다.”

사흘 앞으로 다가온 제 33회 파리올림픽에 남자축구 출전이 불발된 가운데 가장 흥미진진한 축구 경기가 펼쳐진다. SBS ‘골 때리는 그녀들’(이하 ‘골때녀’)이 하반기 한일전 리그를 선보인다.

‘골때녀’를 연출하는 김화정, 권형구 PD는 “국가대항전을 위해 7명 정예 멤버를 선발, 일본 대표팀과 경기를 치를 예정”이라며 “일본 대표팀 역시 아마추어 축구를 즐기는 연예인이 합류한다. 선수 출신은 배제한다”고 밝혔다.

국가대항전 한국대표팀 감독은 ‘2002월드텁 4강 신화’ 멤버 이영표다. ‘골때녀’에선 현재 감독 대신 해설을 맡고 있다.

김 PD는 “이 감독이 영국 프리미어리그 토트넘 등 해외 축구 경험이 풍부하고, 국가대표 출신으로서 노하우를 전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드러냈다.

경기는 8월 말~9월 초 강화 고인돌체육관에서 진행한다. 관중도 모집해 경기 열기를 달아오르게 할 예정이다.

2021년 첫선을 보인 ‘골때녀’는 올해까지 숱한 변화를 겪어왔다. 방송 초기에는 리그전과 토너먼트로 시작하며 단기간에 끝날 것 같았으나, 슈퍼리그, SBS컵, 리그 승강전, 팀 방출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며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감독들도 팀을 번갈아 가며 맡아, 강약 팀이 굳어지는 것을 방지하고 있다. 최근엔 박주호, 이근호 등 신예 감독들이 합류해 지속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김 PD는 “프로그램이 자체적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선수들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에 제작도 새로운 가치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강조했다.

‘골때녀’가 남긴 가치는 무엇보다 여성 축구의 발견이다. ‘2023 올해의 양성평등문화상-올해의 양성평등문화콘텐츠상’ 등 숱한 상을 받은 것은 물론 여성 축구·풋살 동호인의 폭발적인 증가에 일조했다.

이런 저변 확대 배경은 ‘골때녀’ 출연진의 진심과도 맥이 닿아있다. 선수들은 매 경기마다 몸 사리지 않고 임한다. 공에 맞아 얼굴에 멍이 들고, 명치에 슈팅을 맞고 숨을 못 쉬는 상황이 와도 어떻게든 경기에 나선다. 방송 카메라가 없을 때도 사비를 들여 연습장을 잡고 시간을 맞춰 연습하며 팀워크를 다진다.

권 PD는 “제발 몸 좀 사리라고 얘길 해도 막상 경기에 나서면 선수들도 몰입해 말을 듣지 않는다”며 “공격과 수비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이 부딪혔을 때 미안해하고 서로 존중하는 모습을 보면 감동적”이라고 말했다.

‘골때녀’의 ‘FC구척장신’ 팀에서 활약한 모델 이현이, 송해나는 KBS ‘올림픽방송’ MC로 나선다. 김 PD는 “세계적인 행사에 우리 멤버가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축하해줄 일”이라며 “이현이는 성공한 축구인이다. 카타르 월드컵을 비롯해 파리 올림픽까지 세계적인 행사에 다 가본 사람”이라고 추켜세웠다.

‘골때녀’가 추구하는 가치는 초기부터 일관적이다. 스포츠 정신에 대한 존중이다. 권 PD는 “축구라는 틀 안에 담긴 인간의 희로애락을 보여주는 게 목표”라며 “‘골때녀’에서 이기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과 졌을 때 결과에 승복하는 것을 동시에 보여줘 선수들의 땀과 눈물을 조명하는 게 목표다. 이것이 스포츠가 가진 영구불변의 가치”라고 힘줘 말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