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KBO리그도 ‘강한 1번타자’가 대세다.
지난달 31일 10개 구단 중 3개 구단이 리드오프(1번타자)로 외국인 타자 이름을 올렸다. KIA는 소크라테스 브리토를, KT는 멜 로하스 주니어를, 한화는 요나단 페라자를 1번 타자로 내세웠다.
이유도 제각각이다. KIA 이범호 감독은 “소크라테스가 주자가 깔려 있을 때보다는 부담이 덜 되는 상황에서 치게 하는 게 좀 더 나을 듯 하다”며 1번 타자로 내보내는 이유를 설명했다.
KT 이강철 감독은 “로하스의 출루율이 4할이 넘는다. 그래서 1번 타자로 내보낸다”고 밝혔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타격부진에 빠진) 페라자가 한 타석이라도 더 들어가서 편하게 스윙하길 바란다”고 했다.
결과는 대성공이다. KIA 소크라테스는 1번타자로 타율 0.349(63타수 22안타), OPS(출루율+장타율) 1.077, KT 로하스는 1번타자로 타율 0.372(234타수 87안타), OPS 1.048을 기록했다. 한화 페라자도 타율 0.304(23타수 7안타), OPS 0.863을 올렸다. 특히 한화는 페라자를 리드오프로 내세운 5경기 모두 승리해 5연승을 달렸다.
‘강한 1번타자’ 전략은 김경문 감독의 말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김 감독은 “예전처럼 중심타선에만 강타자를 세우지 않는다”며 “요즘 야구는 앞 타순에 강한 타자를 세운다”고 했다.
이미 메이저리그(ML)는 강타자가 상위 타순으로 나서고 있다. LA다저스만 보더라도 ‘호타준족’ 무키 베츠가 1번으로 나선다. 32홈런으로 홈런 1위를 달리는 오타니 쇼헤이도 중심타선이 아닌 2번타자로 등장한다.
소크라테스, 로하스, 페라자 모두 팀 내 OPS가 최상위권이다. 소크라테스만 김도영에 이어 2위고, 나머지 두 사람은 팀 내 OPS 1위다.
그럼 강한 타자를 1번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뭘까. 초창기 야구는 각종 최첨단 기록 장비 없이 맨 몸으로 경기를 했다. 1번타자는 상대 투수의 공을 파악해 동료들에 전달하는 역할을 맡았다. 자연스럽게 1번은 공을 끈질기게 오래 보는 선수가 맡았다.
이 전략이 꽤 오래 고착화 되다가 최근 들어 바꼈다. 첨단 장비의 도입 때문이다. 이제는 선수가 이야기를 하는게 아니라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더그아웃에 전달된다. 굳이 공을 오래 보는 선수가 1번 타자로 나설 필요가 없어졌다.
그렇다면 왜 다른 7개 팀은 외국인 타자를 1번 타자로 내세우지 않을까. KIA, KT, 한화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외국인 타자 없이도 중심 타선이 잘 돌아가기 때문이다.
KIA는 김도영-나성범-최형우라는 탄탄한 타선이 있고, KT와 한화도 장성우, 오재일, 노시환, 채은성 등 강타자가 즐비하다. 그런 상황에서 하위 타선이 물꼬를 트면 사실상 4번타자 역할을 1번타자가 해야하는데, 그 역할을 외국인 타자가 하는 것이다.
올시즌 내내 세 팀은 외국인 타자를 1번 타자로 내세울 전망이다. 한화 김경문 감독은 “페라자가 현재 1번 타순에서 잘해주고 있기 때문에 굳이 바꿀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et16@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