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같은 공인데 찍히는 숫자가 다르다. 현장 전광판과 TV 중계가 그렇다. 일반적으로 전광판이 TV 중계보다 2, 3㎞ 높게 측정된다. 세계 최초로 최상위 리그에서 자동볼판정시스템(ABS)를 도입해 스트라이크존을 뚜렷하게 만든 KBO리그다. 하지만 스트라이크존과 달리 투수의 구속은 중구난방이다.

원인은 뚜렷하다. 이미 모두 아는 사실이기도 하다. 트래킹 시스템 차이로 구속이 다르게 나온다. 전광판에 찍히는 구속은 구단 트래킹 시스템이다. 보통은 트랙맨,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는 호크아이를 사용한다.

TV 중계 트래킹 시스템은 ABS을 구성하는 PTS다. 투수가 던진 모든 공이 중계 화면 하단 ABS에 나온다. 볼·스트라이크 여부를 판별하는 것과 동시에 PTS 구속도 나온다. 굳이 공인 기록을 꼽자면 PTS 구속이다.

하지만 시선을 넓게 두면 물음표가 붙는다. 메이저리그(ML)와 일본프로야구 모두 호크아이나 트랙맨을 사용한다.

ML 사무국은 지난 3월 고척돔에서 열린 서울시리즈에서 고척돔에 설치된 트랙맨을 활용했다. 트랙맨을 통해 ML 스탯캐스트 시스템을 가동해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전달했다. 구단만 보유했던 투수들의 분당회전수(RPM)와 수직, 수평 무브먼트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를 통해 많은 이들이 두산 신인 김택연의 KBO리그 맹활약을 예상했다. 그리고 왜 이의리의 속구가 보통의 왼손 투수보다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3월19일 LA 다저스와 맞붙은 김택연은 속구 RPM 평균 2428을 기록했다. ML 기준에서도 상위권인 회전수다. 이의리는 속구 RPM 최고 2513을 찍었다. 좌투수로서 속구 RPM 2500 이상은 빅리그에서도 흔치 않다.

ML는 모든 숫자가 하나로 통합된다. 즉 전광판과 TV 중계 화면에 찍히는 구속도 같다. KBO리그처럼 아나운서가 “전광판 151㎞! 중계화면은 149㎞!”라고 외칠 일이 없다.

구속은 야구에 있어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구속이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이슈다. 투수 유망주를 선발할 때는 절대적인 기준이 된다.

하지만 구속이 중구난방이면 혼란을 피할 수 없다. 지난해 4월13일 국내 투수 최초 시속 160㎞를 기록한 것으로 알려진 문동주의 속구도 그렇다.

당시 문동주가 던진 공은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 호크아이에 159㎞, KBO 공식기록업체 스포츠투아이 PTS에 161㎞, 한화 구단 트래킹시스템인 트랙맨에는 160㎞가 찍혔다.

그런데 기준을 트랙맨으로 삼으면 최초 160㎞는 문동주가 아니다. 키움 안우진이 2022년 9월30일 문학 SSG전에서 PTS로 158.4㎞가 기록된 속구를 던졌다. 당시 이 공은 트랙맨에서는 160㎞로 측정됐다.

여기저기 구속이 다르게 찍히니 혼란을 피할 수 없다. 답은 ‘데이터 통합’인데 구단은 PTS가 아닌 트랙맨이나 호크아이 기반으로 데이터분석 시스템을 구축했다. 구단 입장에서는 ABS는 ABS대로 두고 기존 시스템을 유지하는 게 낫다.

혼란을 종식하기 위해서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움직여야 한다. KBO가 주도해 전광판과 ABS 구속을 하나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 ML처럼 실시간으로 트래킹 데이터까지 제공한다면 금상첨화다. 야구를 바라보는 이들의 시야도 크게 넓어진다.

움직임은 있다. KBO는 연말 ABS 트래킹 데이터 업체 입찰을 진행할 계획이다. KBO 관계자는 지난 19일 “올해 안으로 ABS 업체 입찰을 진행한다. 선정된 업체의 장비가 2025년 ABS 시스템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bng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