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가수 영탁의 전 소속사 대표가 ‘음원 사재기’ 혐의 재판에서 “음원 순위를 올리려고 업체에 돈을 지불한 건 맞다”고 인정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5단독은 10일 오전 영탁의 전 소속사 밀라그로 대표 이모씨에 대한 음악산업진흥법 위반 및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 혐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씨의 변호인은 “음원 순위를 높여주겠다기에 3000만원을 지급한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검색어 순위조작은 알지도 못했고 의뢰하지도 않았으며, 음원 순위조작도 고의가 약했다”고 주장했다.
4개 소속사를 상대로 순위 조작을 해준 주범으로 꼽힌 홍보대행사 김모씨와 관계자들은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고 자백한다”며 “다만 일부 법리적인 부분 다툼이 있고, 경위 참작을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이씨는 2018년 발매한 영탁의 ‘니가 왜 거기서 나와’의 순위를 조작해달라고 홍보마케팅업체 대표 김모씨에게 의뢰한 혐의를 받는다.
영탁은 음원 순위 조작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탁은 지난해 3월 밀라그로와 계약이 만료돼, 현재는 어비스 컴퍼니 소속이다.
이씨와 함께 다른 소속사 3곳의 관계자들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이 순위를 조작한 건 걸그룹 네이처의 ‘웁시(OOPSIE)’, 가수 KCM의 ‘사랑과 우정 사이’ 등을 포함해 총 10명 가수의 15개 음원인 것으로 검찰은 파악했다. 2018년과 2019년에 걸쳐 15개 음원을 172만회 반복재생하고, 스트리밍 횟수를 올리기 위해 불법 개인정보 1600여건을 동원해 500여대 가상PC를 이용한 혐의도 있다.
지난 수년간 음원 사재기가 횡행한다는 소문은 무성했지만, 사실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라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편 재판부는 이날 공소사실을 인정하고 자백한 피고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해 증거 채택 및 증거능력 판단 등을 위해 한 기일 더 재판을 열기로 했다.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