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2’ 호평 VS 혹평 속 거침없는 흥행 질주
대항마 없는 단독 주자, 8월 참패 속 나비효과
70%에 이른 좌석점유율, 독보적인 액션&연기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영화 만들 때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제작하는 저희가 재밌어야 한다는 거예요. ‘베테랑2’는 답습하지 않고자 했어요. 했던 것 또 하면 지겹잖아요. 새로운 걸 하려고 했죠. 그 변화 때문에 더 흥행할 수 있는 데 못 하는 걸 수도 있어요. 그래도 저희가 만든 영화를 재밌게 볼 관객이 있다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베테랑2’를 제작한 외유내강 조성민 부사장의 말이다. 류승완 감독이 ‘베테랑2’ 홍보 기간에 꾸준히 했던 말이기도 하다. 만드는 사람이 의미와 재미를 느껴야 한다는 원칙으로 만들었다.
결과는 복잡하다. 작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매우 빠른 속도로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베테랑2’로 극장가가 들썩이고 있는 수준이다. 9일 만에 500만 고지를 넘었다. 10일에 500만을 넘긴 ‘파묘’, ‘서울의 봄’, ‘범죄도시2’(2022)보다 빠르다.
◇세 편이었던 작년 추석에 두 배, 여름 버린 관객 ‘베테랑2’는 봤다
지난해 추석 시즌에 나온 영화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이하 ‘천박사’), ‘1947 보스턴’ ‘거미집’이다. 9월 27일부터 10월 3일까지 추석 연휴를 포함해 세 편이 모든 관객수는 약 250(151+73+26)만이다. 추석 이후 기간까지 포함해도 총 누적관객수는 334만(191+102+31)이다.
‘베테랑2’는 작년 세 편보다 더 빠른 속도로 2배 가까운 성과를 냈다. 이러한 배경으로 추석 연휴 단독 개봉과 잠재 수요가 꼽힌다.
올해 경쟁 배급사들은 ‘베테랑2’를 피해 10월 초로 개봉일을 잡았다. ‘베테랑2’는 추석 연휴를 몽땅 휩쓸 수 있는 단독 주자나 다름없었다. 대항마가 없는 가운데 좌석점유율은 70%에 이른다. 쏟아지는 관객들을 ‘베테랑2’가 모두 흡수한 셈이다.
또 하나는 여름시장의 실패다. 올 8월 여름 시장에선 ‘파일럿’(469만)을 제외하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데 실패했다. 7월 ‘탈주’(누적 256만)와 ‘핸섬가이즈’(177만)가 좋은 성적을 거뒀지만, 8월 대목에선 대부분 영화가 쓰디쓴 참패를 맛봤다. 8월 말과 9월 초에는 사실상 관객이 없는 수준이었다. 영화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팬들이 ‘베테랑2’는 꼭 보기 위해 뛰어나왔다는 관측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분기마다 한 편씩 1000만 영화가 터지고 있다. ‘베테랑2’도 그 흐름을 탔다. 8월 시장이 참패했는데, 그 과정에서 갈증을 느낀 팬들이 ‘베테랑2’를 보기 위해 극장으로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걀은 깨졌지만, 관객은 즐거웠다
‘베테랑2’ 작품성의 바로미터가 되는 CGV 에그지수(87%)는 깨진 것에 가깝다. 영화 콘텐츠를 오랜만에 즐긴 팬들은 호평 일색이나, 류 감독 영화를 내밀하게 지켜본 관객들은 아쉬운 평을 내놓고 있다.
액션은 여전히 강렬했고, 황정민과 정해인의 연기가 훌륭했다는 점에선 이견이 없다. 다만 사적 제재와 사이버 레카, 그리고 혐오의 시대, 학교 폭력 등 메시지가 너무 넘쳤다. 빌런에 대한 서사 및 개연성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유머 코드 역시 류 감독 기존 영화에 비해 못 미친다는 평가가 많다.
그럼에도 꾸준한 흥행이 이어지는 건 ‘킬링타임’용 오락 영화로는 손색없다는 평가다. 지루할 틈 없이 이야기가 전개되고, 권선징악의 흐름을 놓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기분 좋게 극장을 나설 수 있다는 게 중론이다. 비록 에그는 깨졌지만, 이 영화를 좋게 본 관객도 적지 않다.
영화 관계자는 “평단이나 씨네필의 수준이 높은 편이다. 일반 대중은 ‘베테랑2’를 매우 즐겁게 봤다. 에그지수가 꼭 흥행과 맞물리진 않는다. ‘베테랑2’가 대중의 심리를 잘 꿰뚫어 봤다고 볼 수있다”고 말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