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영화 ‘해야 할 일’은 조선소를 배경으로 한 구조조정 이야기다. 흔히 노사 대립을 띤 독립영화를 떠올리기 쉽지만, 오히려 반대다. 회사가 살기 위해 실시한 구조조정 필요성에 대해 질문한다. 한양중공업 인사팀 대리 강준희(장성범 분)가 가진 고뇌를 조명한다. 한 조선소 노조 간부가 “좋은 영화인데 우리가 지지 해줄 순 없겠다”라고 선을 그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실감 난 이야기 배경엔 이유가 있다. 박홍준 감독 본인 이야기다. 실제 조선소 인사팀에서 4년 6개월을 근무했다. 그때 느낀 바를 영화에 고스란히 담았다.

박 감독은 스포츠서울과 인터뷰에서 “회사에 2015년에 입사했는데 다음 해부터 조선업이 힘들어졌다. 전 세계적으로 많은 회사가 구조조정을 하는 시기였다. 문 닫은 회사도 많았다”라며 “회사 일이 익숙해지려고 하는데 그런 일을 겪으니, 회의감이 들었다. 올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에 대한 생각도 들었다”라고 말했다.

준희가 겪는 내적 갈등은 갈수록 커진다. 구조조정 대상자를 엑셀 파일에 선별하는 일은 녹록지 않다. 윈도 ‘지뢰 찾기’처럼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밖에선 ‘정의’를 바로 잡겠다며 대통령 탄핵 촛불집회가 열리고 있다. 직원과 시민으로서 ‘해야 할 일’이 대립각을 이룬다.

“두 개의 이야기가 부딪히는 걸 보여주려 했어요. 준희가 내적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 감정들이 쌓이다가 요동치는 과정 보여주고 싶었어요. 주로 듣고 관찰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팀장에게 반항도 하게 되죠.”

결국, 살아남은 자와 살려는 자의 충돌이 일어난다. 희망퇴직에 응하지 않은 대상자들은 곧장 구조조정 대상이 된다. 인사팀 면담에 이들은 “제대로 된 기회를 주기나 했나?” “시킨 대로 했는데 이제 와서 딴 얘기냐”고 거세게 반발한다.

1980년대 이후 조선소는 생산직이 이끌어 왔다. 숱한 파업과 노동 투쟁도 생산직 출신 노조 간부들이 이끌었다. 이들이 회사를 성장시켰단 생각이 강하다. 이들이 생산 환경의 변화로 구조조정이 돼야하는 상황을 머리와 가슴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

박 감독은 “중공업 조직은 다른 회사에 비해 상명하복 문화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자부심도 세기에 구조조정 대상자로 찍힌 게 자존심이 무척 상한 일”이라며 “노동에 관한 영화지만, 한발 떨어져서 보면 일반 직장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대중들이 보기에 편한 시선으로 보도록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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