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부산=함상범 기자] ‘이 오랜 슬픔이 그치기는 할까, 언젠가 한 번쯤 따스한 햇살이 내릴까. 나는 내가 되고, 별은 영원히 빛나고, 잠들지 않는 꿈을 꾸고 있어. 바보 같은 나는 내가 될 수 없단 걸, 눈을 뜨고야 그걸 알게 됐죠.’
드라마 나의 아저씨 OST ‘어른’이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 울려퍼졌다. “너무 안타까운 이별이었다. ‘나의 아저씨’의 마지막 인사처럼, 이제는 편안함에 이르셨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배우 박보영의 마이크를 쥔 손이 떨렸다.
무대를 바라보던 배우 송중기의 눈가는 촉촉해졌다. ‘화차’로 스크린 데뷔 감격을 누린 이희준도, ‘트리플’을 통해 브라운관에서 호흡을 맞춘 이정재도 깊은 상념에 잠겼다.
성대하게 막을 올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는 지난해 세상을 떠난 고(故) 이선균을 잊지 않았다. 영화인들의 축제인만큼, 여러 작품으로 관객과 호흡한 좋은 배우를 잊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세상에 전달한 셈이다.
이선균은 BIFF 개막식에서 ‘올해의 한국영화 공로상(Korea Cinema Award)’ 수상자로 호명됐다. 주인공이 참석하지 못한 시상식이라 그의 이름을 호명하는 것만으로도 객석에서 눈물을 훔치는 배우가 적지 않았다.
무대가 아닌 스크린에 등장한 이선균은 세상과 이별하기까지 22년간 출연한 여러 작품에서 뽐낸 다채로운 매력이 여전했다. 박보영과 함께 개막식 사회를 맡은 안재홍은 “올해 BIFF는 이선균 배우를 추모하며 대표작 6편을 상영한다. 선배님을 기억하는 뜻깊은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BIFF 조직위원회는 이선균을 기리기 위해 ‘고운 사람, 이선균’ 특별전을 기획했다. 고인의 대표작 여섯 편을 상영하고, 스페셜 토크도 함께한다. 연기 인생과 성취를 돌아보며 영원히 관객에게 돌아올 수 없는 그를 위한 추모의 장을 마련했다. 조직위는 한국영화 공로상을 유족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한편 이날 개막식은 하늘의 별이된 이선균을 추모하는 자리인만큼 아시아 각국 스타들로 성대하게 치러졌다. 개막작으로 선정된 ‘전, 란’의 주인공 강동원을 비롯해 ‘글로벌 스타’ 이정재, 송중기뿐만 아니라 노윤서 김민하 심은경 등 국대 대표 배우도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개막행사에서 열린 각종 시상식에서는 여성 지위를 높인 영화인에게 조직위와 샤넬이 함께 선정하는 ‘까멜리아상’이 신설돼 눈길을 끌었다. ‘헤어질 결심’ ‘외계+1인 1부’ ‘아가씨’ 등에 참여한 류성희 미술감독이 초대 수상자 영예를 안았다.
‘아시아 영화인상’을 받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에게는 봉준호 감독이 찬사를 보냈다. 봉 감독은 ‘큐어’ ‘화로’ 등을 연출한 구로사와 감독에게 “기요시 감독의 오랜 광팬으로 아시아 영화인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매번 충격과 영감을 주신 기요시 감독님께서 부산에서 좋은 시간 보내셨으면 좋겠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제29회 BIFF는 11일까지 부산 영화의전당 일대에서 이어진다. 올해는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54편을 포함해 63개국, 278편이 관객과 ‘특별한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