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안양=박준범기자] “이제 실감이 나네요.”
유 감독은 부임 첫해에 구단의 염원인 K리그2(2부) 우승과 승격을 이뤄냈다. 지난 2013년 창단한 안양이 승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11년 만의 승격이라는 역사를 유 감독 체제에서 이뤄낸 것이다.
유 감독은 5일 안양종합운동장에서 본지와 만나 “이렇게 인터뷰하니까 이제 실감이 난다”라며 “승격이 확정됐을 때는 진짜 아무 생각이 나지 않더라. 큰 산이 되어준 구단주인 최대호 시장님, 이우형 테크니컬 디렉터, 구단 관계자들이 많이 도와준 것이 컸다. 부족한 감독을 믿고 따라준 선수들도 고맙다. 또 뭐니 뭐니 해도 팬의 열정과 아픔이 있었기에 어려운 고비를 넘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고마운 사람들을 열거했다.
유 감독이 잊지 않은 또 다른 이름은 이우형 디렉터다. 이 디렉터는 지난시즌까지 감독이었으나 올 시즌 디렉터로 보직을 바꿨다. 자신의 ‘사단’ 중 한 명이었던 유 감독의 뒤에서 든든한 지원군 구실을 완벽하게 해냈다. 유 감독은 “내가 여기 있게 만들어 주신 분이다. 항상 어려운 고비 때마다 ‘솔로몬의 지혜’처럼 도와주셨다”라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러면서 “경쟁 상대였지만 이영민, 이장관, 박동혁 감독이 때때로 나에게 용기를 줬다. 또 이정효 감독과 이민성 감독도 전화를 주셔서 힘을 줬다.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안양은 올 시즌 내내 선두를 유지하며 승격에 성공했지만, 개막 전만 해도 우승 후보에도 거론되지 않았다. 지난시즌 6위에 머물렀고, 유 감독이 공식 감독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평가들은 결국 유 감독이 절치부심하는 계기가 됐다.
유 감독은 “선수들한테 미안했다. 나에게도 동기부여가 됐고, 주축 선수들도 동계 훈련부터 만회하고자 열심히 했다. 나는 플레이오프 진출 정도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라며 “개막전을 치른 뒤 뭔가 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첫 미팅 때 다이렉트 승격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설명했다. 그런 부분이 시너지 효과를 낸 것 같다”고 돌아봤다.
유 감독이 우승을 생각하게 한 경기로는 30라운드 김포FC전을 꼽았다. 당시 안양은 후반 추가시간 채현우의 버저비터 득점으로 승점 3을 챙겼다. 유 감독은 “김포전에 승리하면서 충분히 다이렉트 승격이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전까지는 플레이오프는 당연히 갈 수 있다는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핵심 구실을 해낸 미드필더 김정현은 안양이 승격한 이유 중 하나로 유 감독의 전술을 꼽기도 했다. 유 감독은 밸런스를 중시한다. 또 미드필더를 거쳐 나가는 패스 플레이가 주된 공격 전개 방법이다. 유 감독은 이를 ‘꽃봉오리’ 축구로 명명하기도 했다.
유 감독은 “안양이 계속 스리백을 구축해왔는데 체력적인 요구가 많이 필요하다. 팀 주축들이 30대 중반에 접어들었다. 부상과 체력 저하를 극복해야 했다. 미드필더에 숫자를 많이 가져가야 체력 소모도 덜 하고 안정적인 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 주축 멤버들의 경험을 통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엔 선수들의 ‘헌신’을 높게 평가했다. 유 감독은 “팀의 기록을 우선시했다. 주장 (이)창용이를 중심으로 모든 선수가 그랬다. 특히 외국인 선수 마테우스나 야고도 수비적인 헌신이 많았다. 팀이 진짜 원하는 것을 해줬기 때문에 힘들었지만 버텨냈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주축뿐 아니라 채현우, 문성우, 최규현, 김운 등 돋보이지 않았지만 제 몫을 해준 ‘조연’들도 잊지 않았다. 유 감독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진짜 열심히 했다. 요소요소에 이들이 있었기에 팀이 완성될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해줬고 또 하부리그 선수들에게 희망도 줬다”고 재차 고마움을 말했다.
한편, 유 감독은 승격 후 기자회견에서 아내의 갑상선암 진단을 얘기하며 눈물을 보였다. 유 감독은 “사실 아내가 병원을 같이 가자고 했는데 내가 바쁘다는 이유로 혼자 (병원에) 보냈다. 울면서 전화가 왔는데 그게 미안했다. 승격해서 기뻤는데 그런 생각이 나면서 감정이 올라온 것 같다”고 돌아봤다. beom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