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 기자]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재표결을 앞둔 14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 신(新)민중가요로 떠오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가 울려 퍼졌다. 수많은 인파로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대구, 부산, 광주 등 전국 각지에서도 비슷한 모습이 펼쳐졌다. 탄핵을 둘러싼 민심이 거리를 달궜다.

현장은 자원봉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질서와 안전을 유지했다. 봉사자들은 곳곳에서 시민을 안내하고, 긴급 상황에 대비하느라 분주했다. 노란 조끼를 입은 봉사자들은 차분히 동선을 정리하며 “천천히 이동해 주세요!” “이쪽으로 비켜주세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봉사자는 “많은 분이 안전하게 집회를 마치고 돌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게 역할”이라며 “작은 도움이지만, 모두가 무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무료 푸드트럭 즐비…간식·커피로 연대의 의미 전해

국회의사당 인근에 등장한 다양한 푸드트럭도 눈길을 끌었다. 한 시민은 푸드트럭에서 커피를 무료로 나누었다. 그는 “온라인에서 익명의 후원자들이 재료비를 보내주면서 무료 나눔을 하자고 제안해 흔쾌히 동참했다”고 밝혔다.

지방에서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올라왔다는 한 시민단체도 어묵과 초콜릿을 나누며 ‘연대’를 강조했다. 단체 관계자는 “후원금으로 간식을 준비했다”며 “작은 나눔이 역사를 바꾸는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 SNS에서 번진 ‘선결제 릴레이’, 멀리서도 이어진 응원

온라인에서는 집회에 직접 참여하지 못하는 시민들이 카페와 식당에 선결제하는 것으로 마음을 나눴다. X(옛 트위터)에는 “국회의사당 ○○카페에 커피 100잔을 선결제했습니다. 따뜻하게 드시고 힘내세요” “○○○ 배우 이름으로 커피·쿠키 받아가시면 됩니다” 등의 글이 이어졌다.

선결제 운동은 해외 교민들 사이에서도 확산했다. 재미교포 커뮤니티 미씨(Missy)USA 회원들은 1800만원을 모금해 어묵트럭 4대를 준비했다. 어묵 1만 2000개를 준비한 한 교민은 “몸은 미국에 있지만 마음만은 한국 시민들과 함께한다”며 “이 작은 응원이 힘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 대학생은 “멀리서도 우리를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큰 힘이 된다”며 웃어 보였다.

또 시민들은 ‘온라인 촛불집회’라는 새로운 형태로 목소리를 냈다. 집회 현장에 가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 제작된 지도로, 주요 SNS 플랫폼과 화상 회의 서비스에는 ‘온라인 촛불집회’가 열렸다. 실시간으로 촛불 사진과 메시지가 쏟아졌다. ‘#온라인촛불집회’, ‘#민주주의수호’ 등의 해시태그가 빠르게 확산했다.

◇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찬성 204표·반대 85표

탄핵소추안 재표결 1시간을 앞둔 14일 오후 3시 국회 인근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0∼20대부터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세대의 참가자들은 국회 앞 도로를 빼곡하게 메우고 “내란수괴 윤석열을 즉각 탄핵하라” “국민의힘은 윤석열 탄핵에 동참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결국 탄핵소추안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탄핵 가결 소식에 수많은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한 시민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걸 잘 안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남아있지 않으냐”며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gyuri@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