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고(故) 김광석이 떠난 지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그의 목소리는 여전히 우리 시대에 위로를 건네고 있다.

김광석은 지난 1996년 1월 6일, 향년 32세의 나이로 세상을 등졌다. 가요계의 ‘영원한 가객’이 된 그가 하늘의 별이 된 지 벌써 29년이다.

김광석은 1984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노찾사)로 데뷔했다. 이후 솔로로 전향해 ‘서른즈음에’ ‘이등병의 편지’ ‘사랑했지만’ ‘변해가네’ ‘어느 60대 노부부의 이야기’ 등 많은 히트곡을 내며 사랑받았다.

김광석은 1990년대 마지막 정통 포크 가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서정적인 목소리와 감성으로 그가 남긴 음악은 세월이나 세대를 타지 않는다. 부쩍 가슴 시린 날이 많아진 요즘, 김광석의 노래는 여전히 대중의 플레이리스트에 자리 잡고 있다.

‘나의 노래’(1992)

아무것도 가진 것 없는 이에게 시와 노래는 애달픈 양식 / 나의 노래는 나의 힘 나의 노래는 나의 삶

김광석의 ‘나의 노래’는 한국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소설가 한강이 글을 집필할 때 위안을 준 노래로 언급해 다시 한번 주목받았다. ‘나의 노래’는 한강이 사람들을 피해 글쓰기에 몰두할 때 들었던 노래로 꼽힌다. 특히 ‘마지막 한 방울의 물이 있는 한 나는 마시고 노래하리’라는 가사가 한강에게는 큰 위안이 됐다는 후문이다.

‘광야에서’(1993)

우리 어찌 가난 하리오 우리 어찌 주저 하리오 다시 서는 저 들판에서 움켜쥔 뜨거운 흙이여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12월 3일부터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14일까지, 너도나도 거리로 나선 집회에서 김광석의 ‘광야에서’가 엄동설한의 추위 속에 뜨겁게 울려 퍼졌다. ‘광야에서’는 문대현 작사, 작곡의 곡으로 노찾사에서 활동한 김광석과 안치환이 함께 불렀다. 좌절과 분노, 열망 그리고 연대가 뒤섞인 노래다.

‘일어나’(1994)도 빠질 수 없다. ‘일어나 일어나 다시 한번 해보는 거야 일어나 일어나 봄의 새싹들처럼’라는 가슴을 일렁이게 하는 가사처럼 민중가요 플레이리스트에 빠지지 않는 노래다.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1992)

잊으려 돌아 누운 내 눈가에 말없이 흐르는 이슬 방울들 / 나는 왜 이렇게 긴 긴 밤을 또 잊지 못해 새울까

새해를 이틀 앞둔 지난달 29일, 우린 179명의 소중한 생명을 떠나보냈다. 무안공항에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난 제주항공 7C2216 희생자 대다수는 크리스마스에 맞춰 태국 방콕으로 가족, 친구, 연인과 여행을 떠났다가 참변을 당했다. 해당 참사로 2024년의 끝자락과 2025년의 시작을 온 국민이 함께 슬퍼했다.

좌절의 순간이나 스산한 마음이 들 때면 김광석의 노래가 더욱 가슴에 사무친다. 그의 노래는 유행이나 시대를 초월해 누구나 공감하는 감성을 담고 있다. 사랑하는 이를 마음속에서 떠나보내야 하는 절절한 심경을 담담한 목소리로 부른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가 또다시 맴도는 이유일 것이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1994)

설레임과 두려움으로 불안한 행복이지만 / 새로운 꿈들을 위해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김광석은 삶에 대한 허무함을 느꼈지만 그럼에도 그의 노래에는 ‘사랑’이 있고 ‘희망’이 있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도 불안한 일상 속 소소한 행복과 꿈을 찾으려는 그의 의지를 느낄 수 있다. 이는 2025년 우리에게도 희망가로 다시 불린다.

위로가 필요한 시대다. 오늘도 시대의 아픔을 노래한 김광석의 노래가 불린다. 노래가 주는 힘을 알고 그 힘으로 상처를 보듬을 수 있다는 걸 우린 힘겨운 겨울을 보내고 다시 한번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김광석의 노래는 겨울을 지나 봄, 그리고 다시 반복될 겨울에도 계속 불리지 않을까. jayee212@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