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배우 이순재가 ‘2024 KBS 연기대상’ 영예의 대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1970년 TBC 연기대상 대상 수상 이후 54년 만에 두 번째 대상을 타게 됐다.
지난 11일 방송된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드라마 ‘개소리’로 역대 최고령 대상 수상자 타이틀을 얻은 이순재는 “오래 살다 보니까 이런 날도 있다. KBS가 대한민국 방송 역사를 시작한 해가 1961년이다. 우리나라 방송 역사를 시작한 곳에서 활동하다 TBC로 건너갔다가 1980년에 돌아왔다. 많은 작품과 연이 닿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기회가 오겠지’라고 생각하며 늘 기다리고 있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이어 이순재는 “아름답고 귀한 상을 받게 됐다. 60세 먹어도 잘하면 상을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이 상은 개인의 상이 아니”라며 “‘개소리’는 소피를 비롯해 수많은 개가 나온다. 개들이 다 자기 몫을 했다. 거제까지 4시간 반씩 20회 이상 왔다 갔다 하며 찍었다”고 말했다.
‘개소리’는 활약 만점 시니어들과 경찰견 출신 ‘소피’가 그리는 유쾌하고 발칙한 노년 성장기를 담은 시츄에이션 코미디 드라마다. 90세 이순재는 ‘개소리’ 방영 이후 건강 악화로 인해 출연 중이던 연극에서 하차하고 휴식을 가졌다.
이순재는 “가천대 석좌교수로 13년째 근무하고 있다. 학생들 한 명 한명 다 지도한다”면서 “작품을 정해서 한 학기 동안 연습해 기말에 발표하는데 도저히 시간이 안 맞더라. 학생들한테 ‘정말 미안하다. 난 교수 자격이 없다’고 했다. 학생들이 ‘염려 마십시오. 가르쳐 주신대로 만들어내겠다’고 하는데 눈물이 나왔다. 그 학생들을 믿고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오늘의 결과가 온 것 같다”며 울컥한 소감을 표했다.
최우수상은 김정현, 지현우, 박지영, 임수향이 받았다.
‘다리미 패밀리’의 김정현은 “사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연기를 다시는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며 “연기를 생각하고 굉장히 못된 행동과 해서는 안 되는 행동으로 많은 분들께 상처를 주고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죄송하다”고 과거 태도논란에 대해 사과했다.
‘미녀와 순정남’의 지현우는 “저희 드라마 처음에 나오는데 ‘배우는 얼굴 팔아먹는 직업이 아니라 아름다운 영혼을 나눠주는 직업입니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 대사를 요즘도 가끔 음미하곤 한다”며 “얼마 전에 식당에 들어갔는데 어머님들이 ‘다리미 패밀리’를 보고 계시더라. 힘든 순간에 집중하고 행복하게 해주는 직업을 갖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요즘 많이 춥고 마음이 아픈데 이런 시기에 연기로서 시청자분들의 영혼에 따뜻한 차를 내어줄 수 있는 배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다리미 패밀리’의 박지영은 “2024년 12월은 참 힘들게 지나가고 있다. 마음 졸이고 무겁고 아프다. 하루만 지나면 2025년이다. 우리 그날들은 더 새로운 이야기들로 따뜻하게 보낼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미녀와 순정남’의 임수향은 “연기자를 꿈꿨고 늘 이 자리에 서 있기를 기도하고 갈망했었는데 제가 어느새 그 소중함을 모르고 살지 않았나 하는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다. 여기 계신 대단하신 배우들과 한 자리에 서서 최우수상까지 받게 되는 영광을 늘 꿈꿨었다. 모든 일들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면서 감사하고 연기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린다”며 “위로와 희망을 드릴 수 있는 배우가 되도록 하겠다”고 이야기했다.
미니시리즈 부문 우수상은 ‘환상연가’의 박지훈, ‘개소리’의 연우, ‘페이스미’의 한지현이 차지했다. 박지훈은 “앞으로도 더 진실되게 연기할 수 있는 배우가 되겠다”고 인사했다.
연우는 “현장에서 손녀딸처럼 다정하게 챙겨주신 선생님들께 너무 감사드린다”며 “‘개소리’가 주는 메시지를 너무 좋아한다. 저에게도 많은 위안을 받았다. 과분한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연우는 “기쁜 마음보다 무거운 마음이 많은 것 같다. 참사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고 제주항공 참사에 애도의 뜻을 전했다.
한지현은 “이 상을 받을지 정말 몰랐다. 감사한 분들이 많다. 이 상을 저 혼자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고 ‘페이스미’를 함께한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 드린다”고 소감을 남겼다.socool@sportsseoul.com
이하는 수상자 명단이다.
‘2024 KBS 연기대상’ 수상자(작)
▲대상=이순재(개소리)
▲최우수상=지현우·임수향(미녀와 순정남), 김정현·박지영(다리미 패밀리)
▲우수상 미니시리즈=박지훈(환상연가), 연우(개소리), 한지현(페이스미)
▲우수상 장편극=신현준·금새록(다리미 패밀리)
▲우수상 일일극=백성현·함은정(수지맞은 우리), 오창석(피도 눈물도 없이), 박하나(결혼하자 맹꽁아)
▲베스트 커플상=지현우·임수향(미녀와 순정남), 김정현·금새록(다리미 패밀리), 백성현·함은정(수지맞은 우리), 박지영·신현준·김혜은(다리미 패밀리), 이순재·아리·연우(개소리)
▲인기상=김명수(함부로 대해줘), 금새록(다리미 패밀리)
▲조연상=최태준(다리미 패밀리), 김용건(개소리), 윤유선(미녀와 순정남)
▲작가상=서숙향(다리미 패밀리)
▲드라마스페셜상=남다름(사관은 논한다), 오예주(발바닥이 뜨거워서)
▲신인상=서범준(멱살 한번 잡힙시다), 박상남(결혼하자 맹꽁아), 홍예지(환상연가), 한수아(미녀와 순정남)
▲청소년연기상=문성현·이설아(미녀와 순정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