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촬영 당시엔 스물 세살이었다. 겨우 첫 사랑이나 느낄 푸릇푸릇한 나이의 조유리가 넷플릭스 ‘오징어게임2’에서 맡은 역할은 임산부다. 언제 양수가 터질지 모르는 만삭이다. 걸을 때마다 배를 들어 올렸다. 애아빠는 애가 있는지도 몰랐다. 생명의 탄생은 축복받아 마땅하지만, 워낙 궁지에 몰려 있는 환경이라 불안만 깊다.
대규모 작품에 처음 출연하게 된 조유리는 예민한 미혼모 준희를 만들었다. “없어요. 부모 같은 거” “너, 내 돈이 필요한 거지? 나랑 아이가 아니라”와 같이 냉소적인 대사가 많다. 화장기는 없고, 음울한 분위기가 감돈다. 아이돌 출신으로는 파격적인 시도다. 조유리는 경험에 비해 매우 안정적인 연기를 펼쳤다.
조유리는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커피숍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임신 해본 적이 없다보니 부담되고 긴장됐다. 어색하게 느낄까 걱정했다. 임산부에 대한 공부를 많이 했다. 산모들이 배가 무거우니까 계속 받치고 있었다. 엄마의 육아일지를 보면서 엄마의 위대한 사랑을 느끼기도 했다”고 말했다.
준희가 안타까운 건 애 아빠가 어떤 면으로든 믿음이 가지 않는 명기(임시완 분)란 점이다. 코인 유튜버로 사기를 당해 수많은 사람의 돈을 잃게 했을 뿐아니라, 여자친구의 돈마저 모두 잃게 했다. 본심이 나쁜 친구는 아니지만, 책임감이 크거나 올바른 이미지는 아니다. 준희에게 “다시 잘해보자”고 다가오지만, 불로소득으로 한탕을 노리겠다는 치기 어린 생각은 여전하다.
“명기가 정말 싫고 짜증나는데, 자꾸 신경쓰이는 느낌이에요. 그래도 아이 아빠니까 죽지는 않았으면 해요. 애증인 거죠. 좋은 감정도 있는데, 머리로는 ‘안 돼’가 솟아나는. 싫지는 않은데 짜증나고, 나쁘지 않은데 나쁜 정확하지 않은 마음이에요. 명기가 계속 준희를 흔들어요. 준희도 흔들리는 마음이 있고요. 제 주위 사람들은 모두 ‘명기는 안 돼’라고 말하고 있어요.”
게임장이라고 생각했던 현장은 아비규환이다. 눈 앞에서 너무 많은 사람이 죽어나갔다. 산모에겐 치명상이나 다름 없는 환경이다. 누구도 의지할 수 없는 곳, 준희는 화장실에서 홀로 오열한다. 신인 배우에게 오열신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조유리는 감정을 정학하게 낚아챘다. 절제미가 돋보인다.
“오열신은 정말 부담이 컸어요. 아무래도 저한테 가장 중요한 신이기도 하고, 어렵기도 했어요. 강애심 선배님이 귓가에다가 ‘괜찮아 괜찮아’라고 토닥여 주셨어요. 그 말 덕분에 잘 울 수 있었어요. 다들 칭찬도 많이 해주시고, 제 기대보다도 더 좋은 연기가 나온 것 같아 성취가 커요. 이번 작품이 정말 재밌었어서, 앞으로 연기 계속 할 거예요. 스릴러도 좋고 로맨스도 좋아요. 불러만 주세요.” intellybeast@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