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오징어게임2’ 속 명기(임시완 분)는 겉으로 봤을 때는 악인에 가깝다. 피해를 준 뒤 잠수하는 게 주특기다. 코인 유튜버로 자신의 구독자들에게 거액을 손해 보게 한 뒤 잠적했다. 준희(조유리 분)를 임신시킨 뒤 낙태를 종용했다. 배가 부푼 그녀가 이후 명기와 처음으로 만난 장소는 다름 아닌 456억 상금을 건 ‘오징어게임’ 현장이었다.

임시완은 지난 9일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명기는 ‘오징어게임2,3’에서 젊은 세대를 대변한다. 전체라고 볼 수 없지만, 고도화된 기술로 인해 선택지가 다양해진 요즘 시대에 잘못된 선택을 했을 때 나타나는 폐해를 명기라는 인물로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명기는 정신 차리지 않는다. 돈을 잃고 고생했지만, 상금으로 번 돈을 선물투자에 하겠다고 한다. “너 내 돈이 필요한 거지”라는 일갈에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 때문에 대본을 받은 임시완은 이 캐릭터를 악인으로 해석했다.

아니었다. 황동혁 감독 주문은 달랐다. “인간으로서 보여줄 수 있는 모습으로 임해달라”는 주문이 뒤따랐다. 캐릭터를 다시 놓고 해석했다. 비호감이 가득한 모습이 아니었다. 인간의 본질부터 차례로 되짚었다. 결국 답을 찾았다.

“태생적으로 나빠 보이는 사람도 있죠. 반면에 나쁜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나쁜 선택을 계속하기 때문에 나쁜 사람이 되는 경우가 있어요. 명기를 후자라고 생각했어요. 나쁜 사람만은 아니지만, 나쁜 선택을 함으로써 결국 나쁜 평가를 받게 되는 인물이라고 해석했어요.”

명기는 포크를 들고 타노스(최승현 분)를 찌른다. 피가 튄 얼굴에는 분노와 울분이 뒤섞였다. 임시완은 “오히려 그 신은 어렵지 않았다. 육체적인 노동이 큰 거지, 정서적으로 이 캐릭터를 표현할 것은 명확했다”며 “저 사람을 제거하지 못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발현된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임시완의 해석 덕분에 명기는 입체적 캐릭터로 탄생했다. 대본도 읽지 않고 합류한 첫 작품은 처음이었지만, 스스로 ‘오징어게임’ 덕후라고 밝힐 정도로 문제 될 건 없었다.

“세트장에 들어갔을 때 테마파크 가는 느낌이었어요. 제가 좋아했던 옷을 입어보고 누워보고 체험하는 거니까. 해리포터 팬으로 호그와트 성에 가는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재밌었어요.”

7년 만에 작품 없는 휴식기를 취하고 있는 임시완은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로 올해 다시 한번 히트를 예고하고 있다. ‘길복순’의 스핀오프인 이 작품은 연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제작자로 참여하는 변성현 감독과 영화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2017)에 이어 재회해 스릴러와 액션이 가미된 작품을 선보인다. ‘오겜’에서 마주칠 기회가 적었던 노을 역의 박규영과 “공격적으로 호흡을 맞췄다”고 임시완은 예고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