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과거 ‘아이돌 출신 배우’라는 수식어는 종종 연기력 논란과 함께 회자되곤 했다. 일부 아이돌 출신 배우들의 어색한 감정 연기와 부자연스러운 대사 처리는 시청자들의 도마 위에 오르며 ‘꼬리표’로 남았다.
이제는 옛말이 되는 추세다. 최근 주목받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작품에 녹아들고 있다. 조유리와 연우, 이진우가 대표적인 예다.
먼저 아이즈원의 메인보컬이었던 조유리는 그룹 활동 종료 후, 연기라는 새로운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시험하기 시작했다.
특히 ‘오징어게임2’에서 활약은 주목할 만하다. 조유리가 맡은 준희는 남자친구 명기(임시완 분)의 투자 실패로 거액의 손실을 입고, 뱃속 아이와 함께 생존 게임에 참가한 복잡한 사연을 가진 캐릭터다.
조유리는 극 중 냉철한 판단력을 보여주는 동시에, 아이를 향한 모성애와 두려움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불안이 깊어지는 가운데 보여준 오열 연기와 극한 상황 속 감정 변화는 극찬을 받았다.
명랑한 이미지의 모모랜드 출신 연우는 ‘옥씨부인전’에서 변화를 도모했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에서 내면의 상처를 지닌 차미령을 연기하며 감정의 깊이를 섬세하게 표현했다.
진짜 회임이 아닌 상상 회임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장면에서는 아픈 내면을 애절함과 담담함으로 그려내 묵직한 울림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을 사로 잡았다.
‘프로듀스 101’ 출신 이진우는 드라마 ‘나미브’에서 섬세한 연기와 화면 장악력으로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이진우가 연기한 심진우는 어린 시절 교통사고로 청각을 잃고 부모님의 걱정을 한 몸에 받으면서도 정작 학교 내에서 일어나는 괴롭힘은 속으로 삭이는 인물이다. 부모님의 과보호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내면의 갈등을 섬세하게 표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이진우는 극 중에서 감정의 진폭을 세밀하게 전달하며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과거에는 아이돌 출신 배우들에 대해 ‘스타성만으로 캐스팅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존재했다. 실제로 기초 연기력이 부족한 경우도 많아, 이들의 연기 도전은 종종 논란의 대상이 되곤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아이돌 출신 배우들은 연기자로 성장하기 위해 과거보다 훨씬 진지한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으며, 기초 연기력 또한 잘 갖춰져 있다. 진지한 배역을 맡아 그 안에서 진정성을 보여주는 배우들이 등장하며, 이들의 연기는 더 이상 논란의 대상이 되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