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한국 창작 뮤지컬 ‘팬레터’가 중국과 일본의 권위 있는 시상식에서 9개 상을 휩쓸었다. 지난 8일 ‘2024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 영광의 밤’에서 ‘인기 라이선스 뮤지컬상’을 포함해 총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해 12월17일 일본 ‘제17회 오다시마 유시·번역 희곡상’에서 작품상과 번역상을 받았다.
‘팬레터’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천재 작가 ‘김유정’과 ‘이상’, 순수문학단체 구인회의 일화를 모티프로 삼은 작품이다. 천재 소설가 ‘김해진’과 그를 동경하는 소설가 지망생 ‘정세훈’, 비밀에 싸인 작가 ‘히카루’를 중심으로 문인들의 예술혼과 사랑을 매혹적으로 그린다. 2016년 국내 초연 이후 네 시즌을 거치며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팬레터’는 2018년 한국 창작 뮤지컬 최초로 대만에서 한국 팀의 오리지널 투어 공연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 중국과 일본에서 성황리에 라이선스 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 中 대표 뮤지컬 시상식서 7관왕 쾌거
‘중국뮤지컬협회 연례시상식 영광의 밤’은 중국 대표 뮤지컬 시상식이다. 이날 ‘팬레터’ 출연 배우들은 ‘남우주연상(서균삭)’, ‘여우주연상(류호염)’, ‘남우조연상(손예걸)’ 등 3명의 배우가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어 ‘인기 라이선스 뮤지컬상’과 ‘인기 파트너상’을 포함해 ‘조명 디자인상’과 ‘무대 디자인상’을 차지했다.
‘팬레터’ 중국 라이선스 공연은 2022년 초연 이후 매해 재공연되며 인기 뮤지컬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3~8월 상하이를 비롯한 15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을 펼쳐 약 4만8000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 日 도쿄 중심에 우뚝…역사적 배경지식 교육으로 완성도 높여
‘오다시마 유시·번역 희곡상’은 일본의 번역극 진흥을 목적으로 영문학자 겸 번역가 오다시마 유시가 설립한 상이다. 번역의 우수성은 물론 공연 성과까지 고려해 해당 연도에 상연된 가장 뛰어난 번역극과 번역자를 선정·표창한다. ‘팬레터’는 작품상을 받는 동시에 기무라 노리코가 번역상을 받았다.
‘팬레터’는 다음 달 6일 도쿄에서 열리는 ‘뮤지컬 어워즈 도쿄’ 3개 부문 수상 후보도 올랐다. ‘정세훈’ 역 카이호 나오토가 ‘주연배우상’, ‘히카루 역’ 키노시타 하루카가 ‘조연배우상’, 기무라 노리코가 ‘번역상’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한국 오리지널 공연의 네 번째 시즌 대본과 음악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새로운 연출과 무대 미술을 도입했다. 일본 공연계의 거장 쿠리야마 타미야가 연출을 맡아 연극적인 요소를 강조했다.
일본 라이선스 초연은 대형 엔터테인먼트 기업 토호가 제작, 지난해 9월9~30일 도쿄 중심부에 있는 약 600석 규모의 시어터 크리에에서 공연 후 10월4~6일 효고현립예술문화센터 중극장에서 투어 공연했다.
라이브㈜ 강병원 대표는 “이번 수상은 ‘팬레터’의 예술성과 세계 무대로의 확장 가능성을 다시 한번 확인한 성과다. 앞으로도 다양한 국가의 관객들에게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팬레터’는 지난해 11월4일 영국 런던에서 영어 버전 쇼케이스를 올리며 영미권 진출에도 시동을 걸었다. 문화체육관광부 주최·(재)예술경영지원센터 주관 ‘2024 K-뮤지컬로드쇼 in 런던’의 지원받아 런던 릴리안 베일리스 스튜디오에서 약 40분간 하이라이트 공연을 선보였다. 영국 현지 스태프와 배우들로 프로덕션을 구성했으며, 한국의 시대상이 담긴 작품 정서를 최대한 살리기 위해 아시아계 배우들로 팀을 꾸렸다. gioia@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