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방콕=정다워 기자] “나도 생각하지 못한 이적이었다.” 전북 현대의 베테랑 미드필더 한국영(35)은 녹색 유니폼이 아직 낯설다.
한국영은 지난해 여름 이적시장에서 강원FC를 떠나 전북 유니폼으로 갈아입었다. 의외의 이적이었다.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은 30대 중반의 선수를 전북이 영입했다. 그만큼 급했고, 필요했다는 뜻이다.
오랜 시간을 거슬러 인연이 닿았다. 한국영은 과거에도 전북의 러브콜을 받은 적이 있다. 결과적으로 강원에 잔류했지만, 언젠가 만날 운명이었다.
24일 태국 방콕 훈련 캠프에서 만난 한국영은 “나조차도 전혀 생각하지 못한 이적이었다. 전북은 빅클럽이다. 만약 몇 년 전 상황이라면 이적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의 나는 언제 은퇴해도 이상하지 않다. 이례적인 이적이다. 그만큼 나에게도 큰 도전이자 모험이었다”라면서 “당시 나는 개막 전 당한 부상으로 인해 많은 경기에 뛰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했다. 이적 이야기가 나온 지 하루 만에 모든 게 결정됐다”라고 말했다.
예상 밖 상황은 이적 후에도 이어졌다. 이적생인 한국영은 주전 자리를 차지했고, 승강플레이오프를 포함해 22경기에 출전하며 핵심 자원으로 활약했다. 잔류의 공신이었다.
한국영은 “이적하면서 걱정했던 대로 내부에서 많은 게 꼬여 있는 것 같았다. 이적생이기 때문에 내가 뭔가를 바꿀 수는 없었다. 그저 훈련, 경기에서 행동으로 보여주자는 생각뿐이었다”라며 “전북은 원래 엔트리에 들기도 어려운 팀인데 내가 많은 기회를 얻었다. 책임감이 컸다. 도움이 되고 싶어 몸을 던졌다”라고 말했다.
우여곡절 끝 최종 결과는 잔류였다. 한국영은 “강원에서도 잔류 경쟁을 해봤지만 그때와는 많이 다른 느낌이었다. K리그 역사에서도 큰 사건 아닌가. 그래서 불안감도 컸다. 어떻게든 살아남아야 한다고 생각했다”라며 “마지막 경기 후 관중석을 보니 기뻐하시는 분도, 눈물을 흘리는 분도 있더라. 스태프 얼굴을 보며 기뻐해야 할 것 같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속상하고 슬펐다. 전북이라는 팀은 잔류로 행복할 팀이 아니지 않나”라고 돌아봤다.
한국영이 전북에서 마음고생하는 사이 친정팀 강원은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탄탄대로를 걸었다. 한국영은 “정말 오묘한 감정이었다. 강원에 오래 있으면서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꿈꿨고 우승도 해보고 싶었다. 하지만 늘 아쉽게 도달하지 못했다. 그런데 내가 중간에 이탈한 상황에서 팀이 잘 나갔다. 한편으로 부럽기도 했고 마음이 복잡했다. 그러면서도 응원도 했다. 팀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알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만감이 교차했던 2024년은 지나갔다. 이제 한국영 앞에 새로운 도전이 열린다. 전북은 거스 포옛 감독 체제에서 새롭게 시작한다. 한국영을 중용했던 전임 사령탑은 더 이상 없다.
한국영은 “여름에 왔는데 1월에 새 시즌 훈련을 하니 다시 이적한 기분이다. 어색하기도 하다”라면서 “감독님은 나를 아예 모르시기 때문에 어려운 점도 있다. 원래 포지션이 아닌 자리에서 뛰기도 한다. 열심히 따라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 나이에 나에 관한 정보가 아예 없는 감독님 밑에서 하려니 어려운 점이 있지만 주어진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라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한국영은 “그래도 몸 상태는 좋다. 돌이켜보면 나는 항상 팀에 도움이 됐던 선수였다고 자부한다. 어떤 역할이 주어질지, 기회가 얼마나 올지 모르지만 노력할 것이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면 내 진가를 알아봐 주실 것이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만난 감독님 대부분이 그랬다. 전북에서도 그런 상황을 만들고 싶다”라며 새 시즌 활약을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