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봉준호 감독의 디렉션은 특별하다는 평가가 잇따른다. 집요하면서도 칼로 잰듯 정확한 디렉션, 필요한 구도에서만 촬영하고 다음 챕터로 넘어가는 과감한 판단, 엄청난 학업량으로 제작비를 아끼는 등 봉 감독은 영화 외적인 평가도 긍정적이다.
오는 28일 개봉하는 ‘미키 17’의 배우들에게도 마찬가지다. 할리우드에서 굵직한 필모그래피를 쌓아온 배우들도 봉 감독의 디테일한 디렉션에 감동했다.
극 중 미키의 연인이자 얼음행성의 요원 나샤 역으로 분한 나오미 애키는 “봉준호 감독님과의 작업이 정말 좋았다. 저는 아이처럼 감독님이 경계선을 설정해주길 원한다. 저는 감독님을 부모라고 생각한다. 저에게 공간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봉준호 감독은 제가 대하지 못한 방식으로 자유롭게 해줬다. 저도 긴장했는데, 익숙해질거라고 해주더라. 봉 감독과 자유로운 방식에서 일하게 됐고 기뻤다”고 이야기했다.
넷플릭스 영화 ‘옥자’ 이후 두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스티븐 연은 ‘미키 17’에서 미키와 함께 얼음행성으로 이주한 티모 역을 맡았다. 지구에서부터 미키의 친구였던 티모는 얼음행성으로 향한 후 미키와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걷는다.
스티븐 연은 “봉준호 감독님은 캐릭터와 배우를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며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신다. 어느 정도의 경계는 두지만 궁극적으로는 배우를 믿고 지지해 주신다”며 “감독님의 눈빛, 시각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봉준호 감독과 함께 작업하면 촬영장에서 좀 더 여유로움을 갖고 연기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어벤져스’ 시리즈의 헐크로 잘 알려진 마크 러팔로는 ‘미키 17’을 통해 첫 악역에 도전했다. 마크 러팔로는 “봉준호 감독은 섬세하고 꼼꼼하다. 저희의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도 잘해준다. 한국에는 스토리보드가 있더라. 그걸 봉 감독이 직접 그렸다. 봉 감독은 보지 말라고 했지만 거기에 힌트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전혀 생각하지 못한 방법이었다. 그렇게 꼼꼼하게 설계한 공간에서 연기하는 건 처음이었다. 정말 친절하다고 생각했다. 봉 감독은 높은 자리까지 올라간 인정받는 감독이다. 근데 굉장히 겸손했다. 계속 친구로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 분)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다.
봉준호 감독은 “어떤 작품이 개봉하길 기다리는 마음과, 개봉했을 때 달려가는 흥분감이 시네마 자체의 힘이 가진 소중한 부분이 아닌가 생각한다. ‘미키 17’은 스펙타클한 장면도 있지만, 배우들의 섬세한 뉘앙스의 연기 자체가 스펙타클 자체인 순간도 있다. 극장에서 안 보시면 후회하실 거다”라고 관람을 당부했다.
한편 영화 ‘미키17’은 2월 28일(금) 한국에서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