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넷플릭스를 추격하는 티빙의 조급함일까. 노출신으로 주목도를 높이는 전략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우씨왕후’ ‘원경’ ‘춘화연애담’에 이르기까지 유독 사극에서 노출신이 이어지고 있다. 티빙은 “성적대상화 의도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여체(女體)를 전략적으로 소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 역시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티빙 드라마 ‘춘화연애담’은 19금 드라마다. 제작발표회에서부터 19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나왔다. 조선시대 남여 성애 장면을 묘사한 ‘춘화’(春畵)를 소재로 삼고 있기에 노출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였다.
뚜껑을 열고보니 단역 배우들만 노출을 감행했다. 화성대군(김택 분)이 기방에서 몰래 정사를 하는 장면에서부터 화리공주(고아라 분)와 환(장률 분)이 하늘을 비행하며 산에서 한 남녀가 정사하는 장면을 목격하는 신까지, 꼭 이게 필요한가 싶은 장면들이 있어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드라마 전개에서 노출이 필요하다면 써야한다. 문제는 적절성 여부다. 사료가 거의 남아있지 않은 고구려 시대를 다룬 ‘우씨왕후’는 상상력을 극대화해 써내려가야했다. 9대왕 고남무(지창욱 분)가 전쟁에서 다친 뒤 이를 치료하는 장면에서 여성들과 성관계를 가지며 진통을 누그러뜨리는 장면은 신선했지만, 가슴을 부각시키는 카메라 샷은 의도가 명확해 보였다.
최근 종영한 ‘원경’은 도덕성 논란까지 불거졌다. 원경과 태종의 관계를 하는 장면에서 배우에게 설명하지 않은 노출 신이 진행됐다. 대역배우가 촬영한 장면을 CG로 재편집했다. 기자가 이를 차주영에게 이를 묻자 “대본에는 분위기만 묘사돼 있었다”고 대본과 달랐던 장면을 간접적으로 시인하기도 했다.

계속해서 19금 노출이 반복되고 논란이 이어진다. 문득, tvN이 개국했던 2006년이 떠올랐다. MBC 시트콤의 대부 송창의 PD를 대표로 섭외하며 관심을 모았지만, 개국초 선정성 가득한 프로그램으로 구설수에 자주 올랐다. ‘tvNgels’ 등이 여성민우회와 같은 시민단체에서 지속적으로 문제로 지적받자 폐지됐다. 시간이 지나며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비롯해 예능 ‘삼시세끼’ ‘꽃보다 할배’ 등 완성도 높은 예능이 나오면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조급함을 버려야한다. 몇 분 되지도 않는 19금 장면으로 유료가입자를 늘리는 건 초반에만 유효한 전략이다. 시간이 갈수록 OTT 플랫폼의 성패는 시간이 지나도 이름이 남을 작품으로 기억되기 때문이다. 진정성 있는 작품으로 대중을 설득하는 치열한 내부적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