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이주상 기자] ‘써밍(Thumbing)때문에 실명 위기까지...’

UFC 경량급의 ‘살아있는 전설’ 헨리 세후도(38, 미국)가 실명 위기에 몰렸다. 세후도는 최근 자신의 SNS에 붉게 충혈된 눈의 사진을 게시하며 실명의 위험을 알렸다.

세후도는 지난달 23일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클라이밋 플레지 아레나에서 열린 ‘UFC 파이트 나이트: 세후도 vs 송야동’에서 송야동(27, 중국)을 상대로 메인이벤트를 벌였다.

세후도는 2008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레슬링 금메달리스트이자 전 UFC 플라이급-밴텀급 더블 챔피언을 지낸 레전드다. 세후도의 승리가 점쳐졌지만, 3라운드에서 송야동의 테크니컬 파울로 경기가 중단되며 승리는 송야동에게 돌아갔다.

테크니컬 파울이 선언되며 5분의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세후도는 ‘앞이 보이지 않는다’라고 호소했지만 3라운드까지 경기를 소화했다. 라운드가 끝난 후 닥터는 세후도의 상태를 살핀 후 경기를 중단시켰다.

송야동은 3라운드 진행 중 세후도에게 눈 찌르기 반칙(써밍)을 범했고, 이후 세후도의 시야가 보이지 않아 3라운드 종료 후 경기가 중단됐다. 예정 라운드의 과반인 3라운드까지 소화했기에 무효가 아닌 3라운드까지의 채점 결과로 판정이 내려지며 송야동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송야동은 세후도가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땄을 때 생계를 위해 경기장 앞에서 기념품을 팔았던 소년이어서 감격이 더 했다. 17년 후 베이징의 챔피언을 넘어선 순간이었다.

송야동은 승리가 확정된 후 세후도에게 고개를 숙이며 안타까움과 미안함을 전했다. 심판은 송야동의 행위를 비고의적 반칙으로 판정했기 때문에 테크니컬 판정승(29-28, 29-28, 30-27)을 거둘 수 있었다. 송야동은 현장에서 ‘재대결을 하겠다’라고 선언했지만, UFC측은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야동의 눈 찌르기 반칙은 고의적이지 않은 걸로 인정받아 실격패로 처리되지 않았다. 종합격투기(MMA) 통합룰 규정 상 5라운드 경기의 과반인 3라운드까지 채웠기에 경기는 판정으로 넘어갔다.

두 선수는 모두 재대결을 요구했다. 송야동은 승자 인터뷰에서 눈 찌르기 반칙은 “전적으로 사고”였다며 “이런 결과를 원하지 않았다. 세후도에게 미안하다. 다시 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팬들에게 사과하며 “이번 경기에서 많은 걸 배웠다. 재대결에선 더 잘하겠다”고 다짐했다.

세후도는 “왼쪽 눈이 보이지 않았다”며 “계속 하고 싶었지만 내가 볼 수 없으면 송야동에게 얻어맞게 됐다. 우린 100% 다시 싸울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선수 모두 재대결을 원했지만, 데이나 화이트 UFC 최고경영자(CEO)는 “이 경기를 또 보고 싶지 않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화이트는 “송야동은 좋아 보였다. 왜 그가 굳이 눈을 찔렀겠는가?”라며 송야동을 두둔했다.

이번 경기를 통해 팬들은 UFC의 공식 오픈 글로브를 문제삼고 있다. UFC의 글로브는 손가락을 펼 수 있는 구조여서 써밍 사고가 빈발할 수 있다. 반면 격투기의 인기를 견인한 프라이드의 글러브는 손가락의 마디가 꺽이는 구조여서 써밍 사고가 발생할 위험이 적었다.

써밍은 선수에게 실명까지 가져 올 수 있는 위험한 반칙이다. UFC의 공식 글러브의 개선이 필요한 시점이다. rainbow@sportsseoul.com 사진출처 | UF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