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LA 다저스의 김혜성(26)이 2025 메이저리그(ML) 개막 엔트리에서 탈락했다.
MLB닷컴은 4일(한국시간) 다저스의 개막전 26인 명단에서 김혜성의 이름이 빠졌다고 전했다. 주된 이유는 미국 투수들의 빠른 공에 대한 적응이 부족하다는 평가 때문으로 보인다.
김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8경기 출전해, 17타수 2안타를 기록하며 타율 0.118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했다. 타격 자세를 바꾸며 빠른 공에 대응했지만, 성공적이지 못했다.

향후 김혜성이 ML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져야 할까? 히어로즈 선배 김하성의 성공사례에서 해법을 찾아보자.
김하성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초기에 타격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데뷔 시즌 타율 0.202로 평균 이하였다. 하지만 공격보다 수비에선 가치를 인정받았다. 내야 대부분의 포지션을 소화하며 안정성을 입증했다.
빅리거 초반, 김하성의 숙제 역시 속구 대처였다. 김하성은 배트 스피드와 타격 타이밍 조정에 집중했다. 결과는 2023년 커리어 하이로 나타났다. 타율 0.266에 17홈런, 38도루를 기록하며 리그 정상급 유격수로 자리 잡았다.
김혜성에게 주어진 과제도 비슷하다.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을 높이고, 수비에서의 안정성을 더욱 강조해야 한다. 유격수, 2루수, 외야수까지 가능한 멀티 포지션 능력을 살려 수비에서 확실한 강점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ML에서 불명예 퇴장했지만, 또다른 선배 강정호의 장타력과 배짱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강정호는 피츠버그 파이리츠 시절, 데뷔 첫해 15홈런에 타율 0.287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자리 잡았다.
그의 성공 비결은 장타력과 빠른 공에 주눅 들지 않는 공격성이었다. 빅리그 투수들의 파워 피칭에 밀리지 않는 스윙과 타격 타이밍으로 즉각적인 성과를 냈다.
물론 강정호와 김혜성의 타격 시스템은 다르다. 장타력이 부족한 김혜성은 스프링캠프에서 기록한 유일한 홈런 외엔 장타가 없다.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이 낮아 삼진도 잦았다.

김혜성에게 장타보다 우선하는건 과감한 타격으로 보인다. 최고의 선수들이 모인 곳에 초대받은 이상, 자신도 최고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나서는 배짱이 요구된다. ML에선 투수들이 정면승부의 비율이 높기에 초구 스트라이크 공략도 유효할 수 있다.
그리고 출루하면 도전적인 주루 플레이와 도루 시도가 점수를 따는데 효과적이다. 타격 부진을 빠른발을 활용해 만회하는 방식이다.
다저스의 유틸리티 멤버 경쟁에서 크리스 테일러와 엔리케 에르난데스는 공·수에서 모두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김혜성이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출루 후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가 필수다.

다저스는 남은 8차례의 시범경기와 일본에서의 연습경기를 치른다. 김혜성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이 언급한 “적응할 시간”은 결국 수비에서의 안정감과 빠른 공에 대한 적응력이다. 남은 경기에서 무실책 수비와 빠른 공에 대한 타격 개선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빅리거로 생존하기 위해선 특화된 장점을 무기화 해야 한다.
김혜성이 빅리그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남은 시범경기와 연습경기가 그의 운명을 가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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