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광주FC는 기적의 팀, 이정효 감독은 기적의 사나이다.
이 감독의 광주는 2024~2025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16강에 오른 K리그 유일의 팀이다. 이게 다가 아니다. 광주는 12일 홈에서 열린 비셀 고베(일본)와 16강 2차전에서 3-0 승리를 거뒀다. 원정 1차전에서 0-2로 져 8강행에 먹구름이 낀 광주는 2차전에서 기적 같은 뒤집기에 성공했다. 1,2차전 합계 3-2로 앞서며 8강에 진격했다. ‘빛고을의 기적’이다.
K리그는 자존심을 지켰다. 애초 부정적인 전망이 가득했다. 광주가 K리그 팀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랐지만, 8강 상대는 J리그 챔피언이자 리그 스테이지에서 패배를 안긴 고베로 결정되면서다. 실제 1차전에서 완패하며 광주의 레이스는 16강에서 멈추는 듯했다.
이 감독은 한계를 뚫었다. 고베를 상대로 두 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뒤 해답을 찾았다. 전방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공을 탈취했다. 광주 특유의 섬세한 패스 플레이를 구사하며 고베 수비를 무너뜨렸다. 볼 점유율 60%를 기록했다. 슛 수도 21-16으로 우위를 점했다. 유효 슛 수도 9-1로 크게 앞섰다. 고베의 요시다 다카유키 감독도 “광주가 고베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며 지략에서 패했음을 인정했다.

광주는 겨울 이적시장에 허율, 이희균, 정호연 등 주요 선수와 이별했다. 전력 누수는 불가피했다. 이 감독도 전북 현대의 관심을 받으며 광주를 떠날 수 있었다. 하지만 전북이 외국인 감독으로 선회하며 이 감독은 우여곡절 끝에 잔류했다. 악전고투의 심경으로 새 시즌을 준비했다.
이 감독은 ‘할 수 있는 일’에 집중했다. 겨우내 있는 자원으로 전력을 극대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면서도 원하는 축구 색깔, 철학은 놓지 않았다. 공격적으로 주도하는 축구를 지향했다.
그럼에도 현재 광주 스쿼드로 ACLE 8강에 간 건 기적이다. 시도민구단으로는 처음 있는 일이기도 하다. 심지어 AFC에서 클럽대항전 형식을 개편해 만든 최상위 무대, ACLE에서 파이널 스테이지에 도달했다.
주머니도 두둑해진다. 광주는 이번시즌 ACLE에서만 180만 달러(약 26억 원)의 상금을 챙겼다. 리그 스테이지 출전금으로 80만 달러를 받았고, 4승을 적립해 40만 달러를 추가로 손에 넣었다. 여기에 16강에 올라 20만 달러, 8강 진출로 40만 달러를 추가했다. 광주 예산을 고려하면 적지 않은 금액이다. 앞으로 더 많은 상금을 챙길 가능성도 있다.
광주의 눈은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한다. ACLE 8강 토너먼트부터는 단판 대결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다. 내달 25~26일 8강, 29~30일 4강이 펼쳐진다. 결승전은 5월4일이다. 중립 지역에서 한 경기로 승부하는 만큼 광주 역시 대이변을 기대할 수 있다. 고베전의 경기력을 지속한다면 또 다른 기적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weo@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