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원성윤 기자] 눈물이 그치지 않는다. 칭찬이 자자하다. 2025년 상반기 최고의 드라마라는 호평까지 나온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폭싹 속았수다’가 기대작다운 면모를 보여줬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한국 1위는 물론 해외에서 반응도 뜨겁다. 글로벌 비영어권 1위를 기록했다. 지극히 한국적인 드라마란 점에서 의미가 깊다. 톱250개 작품 평균 8.2점인 IMDb(전 세계 최대 영화사이트)에서도 9.4점이라는 높은 점수로 작품 완성도를 인정받았다.

드라마는 지난 7일 첫선을 보였다. 전 회차를 공개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났다.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가지 테마로 정해 16부작을 4회차씩 공개했다. 한번에 전체를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방식은 성공적이었다. 농축적인 이야기가 연쇄적으로 등장한다. 잠깐이라도 눈을 돌리면 이야기를 놓친다. 때문에 한번에 4회씩 보는 것도 버겁다는 반응도 많았다. 과거-현재-미래로 이어지는 순행적 방식이 아니다. 계절별 테마에 맞춰 1960~70년대 덩어리와 1980~90년대 서사가 썰물과 밀물이 드나들듯 오가며 탄탄한 서사를 구축해 나간다.

작품의 공감 포인트는 ‘부모-자식’ 간의 관계성이다. 한국은 찢어지게 가난한 나라에서 세계경제 10위권의 국가로 우뚝 올라섰다. 이런 빠른 성장 속도는 세대 간 갈등을 야기했다. 부모의 헌신으로 서울대를 간 금명(아이유 분)은 “엄마가 뭘 알아”라는 말을 내뱉는 건 드라마 속 인물만이 아닌 나의 이야기가 된다.

부모에게 자식은 무엇인가. 자식에게 부모는 어떤 존재인가. 우리에게 존재의 의미를 묻고 있다. 부모 세대는 자식에게 헌신을, 자식은 부모 세대의 기대를 받으며 자라났다. 서로가 서로에게 별빛이자 버거운 짐이었다. 가장 가깝지만, 멀어지는 관계이기도 하다.

자식은 나이를 먹으며 부모의 사랑을 알게된다. 애순(문소리 분)이 금명을 향해 “그러니까 딸이 엄마 인생도 좀 인정해 주라”고 웃으며 말하는 부탁은 실은 자신을 향한 독백과도 같다. 딸에게 퍼부은 사랑은 엄마 광례에게 받은 ‘내리 사랑’의 크기와 다르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고 있기 떄문이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다. 애순은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려 노력했다. 부산 신혼여행에서 가방이 털려도, 쌀독에 쌀이 없어 배를 곯을지라도 정직하게 살아왔다. 대리시험, 결혼 등 금명이 인생을 건 판단을 해야하는 순간마다 기준점이 된 건 결국 부모의 인생이었다.

세대 간 갈등이 어느 때보다 높다. 제작진은 이 작품이 갈등을 치유제 역할을 했으면 했다. 김원석 감독은 “치열하게 살아오신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에 대한 헌사이자, 앞으로 이 세상을 살아갈 자녀 세대에 대한 응원가와 같은 작품이 됐으면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제주도 방언인 ‘폭싹 속았수다’는 ‘정말 수고하셨다’는 뜻이다. 우리 시대 애순과 관식, 그 밑에서 자라난 자녀들에 대한 이야기다. 지고지순한 사랑에서 시작해 자식을 낳고 기르는 행복한 감정 한 곁엔 부모를 떠나보내는 아픔이 자리한다. 긴 겨울 보내면 그 뒤엔 거짓말처럼 새봄을 맞이하는 것처럼 우직하게 나아가라 말한다. 오는 28일 마지막 4회차를 끝으로 막을 내린다. 서릿발 같은 추위에 모두가 떨었지만, 따스한 햇살처럼 찾아온 이 드라마에 모두가 ‘폭싹’ 녹아들었다. socool@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