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박연준 기자] “판결문에 성범죄가 아니면, 협회랑 싸워볼까도 생각했다.”
미성년자 성범죄로 KBO리그에서 무기실격 징계를 받은 전 롯데 투수 서준원(25)의 독립리그 입단 시도가 무산됐다. 그러나 용인 드래곤즈 독립구단은 여전히 그의 기용 가능성을 열어둔 모습이다.
서준원은 최근 독립야구단 용인 드래곤즈 입단을 추진했고, 입단 합의까지 했다. 그러나 스포츠서울 취재 결과,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KBSA)는 서준원의 선수 등록을 불허했다.
협회는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우리와 관계 기관이다. 성범죄로 무기한 실격된 선수는 동일 종목 내 타 협회에서도 등록할 수 없다”며 단호한 입장을 밝혔다.
독립리그 운영을 맡은 경기도야구소프트볼협회 역시 “KBSA 결정에 따른다. 심지어 용인 구단 측에서 선수 등록 관련 공식 접수도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서준원은 미성년자 성 착취물 제작 혐의로 2023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고, KBO 상벌위는 판결 확정 이후 ‘무기실격’ 처분을 내렸다. 공식 규정상 KBO리그는 물론, 국내 아마야구 체계 안에서도 선수 등록이 불가능한 상태다.
하지만 용인 드래곤즈 김석원 대표는 서준원을 감쌌다. 김 대표는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서준원이 그저 야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뛸 수 있는 팀도 없고 여건도 허락되지 않는데 마지막으로 기회를 달라고 간절히 말했다”며 “나까지 돌아서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판결문상 성범죄인지, 정보통신망법 위반인지 변호사 유권 해석을 받아 협회와 싸워볼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우리는 신생팀이다. 신생 대표가 협회와 싸우면 리그 운영상 불이익이 따를 수 있다. 마음이 너무 안 좋다”고 털어놨다.

독립야구는 프로무대에 재도전하는 선수들의 이른바 ‘유턴 존(U-Turn Zone)’이다. 꿈을 좇기 위해 뼈를 깎는 노력을 기울이는 사실상 마지막 무대다. 유턴존이어도 교통법규를 위반해선 안되는 것처럼, ‘마지막 무대’ 위에 선 선수들의 순수한 열정을 훼손해선 안된다.
더군다나 신생구단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을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해 실형(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았고, 자숙기간 중 음주운전까지 한 선수를 ‘열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받아들이려 한 건 독립구단뿐만 아니라 리그 존립 가치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행위다.
김 대표는 “신생팀 대표가 선수 하나 때문에 싸움하는 건 불이익이 더 클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불이익은 단순히 개인이나 구단이 아닌 리그 전체의 가치를 무너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해야 한다. duswns06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