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대전=김민규 기자] “우리 점수 좀 내보자!”
좀처럼 공격의 혈이 뚫리지 않는다. 어렵게 잡은 득점 기회도 허무하게 놓쳤다. 한화 얘기다. 경기를 바라보는 팬들도, 뛰는 선수도 ‘답답’한 건 매한가지. 보다 못한 새 외국인 투수 코디 폰세(31)가 다급히 선수들을 불러 모았다. 무슨 얘기를 했을까.
한화는 28일 새구장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서 열린 홈 개막전에서 ‘디펜딩 챔피언’ KIA와 맞붙었다. 한화 선발투수는 폰세, KIA는 제임스 네일이다. 1선발 간 맞대결이다. ‘투수 놀음’이라 불리는 야구에서 1선발 경기는 ‘필승’이란 전제가 뒤따른다.

KIA가 4회초 선취점을 뽑으며 리드를 잡았다. KIA 중심 타선 최형우-패트릭 위즈덤이 타점을 합작했다. 반면 한화 타선은 좀처럼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안타, 볼넷도 얻었지만 득점 연결이 안 됐다. 터질 듯하면서도 ‘침묵’이 길어졌다.
그리고 5회초 KIA 공격을 막은 후 폰세가 더그아웃 앞에서 다급하게 선수들을 향해 손짓했다. ‘빨리 모여!’라고 하는 듯했다. 선수들이 순식간에 뭉쳤다. 폰세가 선수들에게 무언가 말을 하며 ‘기합’을 불어넣는 듯한 장면이 중계화면에 잡혔다. 무엇 때문일까.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폰세는 선수들에게 “힘내서 점수 좀 내보자. 오늘은 꼭 이기자”고 힘찬 목소리로 격려했다.

이 같은 행동을 한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다. 그럼에도 ‘필승’을 향한 선발투수의 결연함은 확실했다. 이런 외국인 선수가 또 있나 싶다. 폰세는 7이닝 7안타(1홈런) 1볼넷 8삼진 2실점 호투했다. 퀄리티스타트 플러스(QS+)다. 총 투구수는 105개에 달했다.
폰세의 외침이 통한 것일까. 한화는 7회말 2사 후 타석에 선 김태연이 KIA 바뀐 투수 전상현의 6구째 시속 133㎞ 슬라이더를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추격의 솔로포. 계속된 만루에서 황영묵이 밀어내기 볼넷을 골라 동점까지 따라갔다. 최인호가 몸에 맞는 볼로 나가며 한화가 밀어내기 역전에 성공했다.
끝이 아니다. 이번엔 제대로 된 타점이 터졌다. 새 외국인 타자 플로리얼이 적시 2루타로 귀중한 2타점을 안겼다. 스코어는 순식간에 5-2. 폰세의 ‘패전’이 승리로 바뀌었다. 뭐가 됐든 한화 공격 혈을 뚫은 동기는 폰세가 시작이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이 또 야구다. 한화가 홈 개막전을 ‘역전 드라마’로 쓰고 있다. kmg@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