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tvN 드라마의 전성기를 견인한 신원호 PD가 돌아왔다.

신원호 PD는 ‘응답하라’ 시리즈와 ‘슬기로운’ 세계관을 통해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확보했던 연출자다. 신작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이하 ‘언슬전’)은 tvN이 처한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핵심 카드다. 동시에 제작사 에그이즈커밍의 존재감을 재증명할 승부수다.

tvN은 최근 몇 시즌 동안 존재감을 잃었다. ‘선재업고 튀어’ 이후 이렇다 할 히트작이 부재했다. 500억 대작 ‘별들에게 물어봐’와 ‘감자연구소’가 모두 1~2%대 시청률을 기록해 빨간불이 켜졌다. 시청자와 업계 신뢰마저 흔들렸다.

에그이즈커밍도 최근 제작한 ‘삼시세끼 라이트’ ‘찐팬구역’ ‘콩 심은 데 콩 나고 밥 먹으면 밥심 난다’ 등 프로그램이 낮은 시청률로 종영했다. tvN의 주춧돌이 흔들린격이다.

이 상황에 신원호라는 이름이 소환됐다는 것은 곧 ‘확실한 복구 계획’을 가동한다는 신호다. ‘언슬전’은 복원 프로젝트의 선봉인 셈이다. 단순히 시청률을 올리는 것을 넘어서, 작품성과 브랜드를 동시에 회복시킬 수 있을지 시험대에 섰다.

10일 서울 구로구 신도림동에서 열린 ‘언슬전’ 제작발표회 참석한 신원호 PD는 “만들어 푸는 것 까지가 내 몫이다. 보시는 건 시청자분들의 몫이다. 처분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아빠여서, 제발 많이 봐주셨으면 한다. 많이 고생했고 이제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다. 예쁘게 잘 만들었다. 다른 이유로 많이 못 보게 된다면 마음 아플 것 같다. 많이 사랑해주셨으면 한다”고 말했다.

‘언슬전’은 ‘슬기로운 의사생활’과 세계관을 공유하지만, 포맷과 시선은 다르다. 전작이 집단 중심의 따뜻한 유대를 그렸다면, 이번엔 인물 서사에 밀착한다.

신원호 PD는 인물의 감정을 입체적으로 그리는 데 능하다. ‘언슬전’은 그의 대표작들과 결이 닿아 있으면서도 더 정제되고 압축된 감정을 전달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시청자 반응이 빠르게 오지 않더라도, 일정한 신뢰감으로 천천히 축적되는 반응을 목표로 삼은 인상이다.

신원호 PD는 “‘슬의생’은 이미 슬기로운 교수들의 더 슬기로워지는 성장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아직 미숙한 초년생들이 점점 슬기로워지는 작품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키워드가 ‘청춘 성장 메디컬물’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처음 PD를 시작할 때부터 직업적 소명이 있었던 건 아니다. 이 친구들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1년 차의 모습 그대로 담겨 있을 거다. 성장하는 모습이 아마 감동으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근 느끼는 건데 현실에서도, 콘텐츠적으로도 성장 서사가 없다. 요즘 워낙 경쟁이 심화하니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보다 극적으로 성공하는 서사를 보고 싶어 해서 그런지 모르겠다. 오랜만에 보는 그런 감동적인 성장 서사가 되지 않을까 싶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언젠가는 슬기로울 전공의생활’은 12일 오후 9시 10분 첫 방송된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