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르세라핌(LE SSERAFIM)이 부활했다.
2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열린 2025 월드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EASY CRAZY HOT)’에서 르세라핌은 포효했다. 지난해 각종 루머와 논란 속에서 침묵을 감내해야 했던 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 다섯 멤버는 마치 불구덩이에서 걸어 나온 듯 단단하고 당당했다.

포문은 ‘애쉬(Ash)’가 열었다. “아플수록 얼라이브, 재 속에서 새롭게 태어나”라는 가사는 이번 콘서트의 상징이었다. 화염 속에서 등장한 다섯 멤버의 표정은 뜨거웠고, 열기는 ‘핫(HOT)’과 ‘컴 오버(Come Over)’로 이어졌다. “각오하고 오셨죠?”라는 멤버들이 경고는 허언이 아니었다. 콘서트는 초반부터 속도를 늦추지 않으며 주제를 또렷이 드러냈다.

부활을 향한 르세라핌의 질주. 공연의 구조도 ‘핫’으로 시작해 ‘이지’ ‘크레이지’를 거쳐 다시 ‘아임 버닝 핫(I’m Burning hot)’으로 귀결됐다. 무대 연출 역시 일관된 테마였다. 정사각형 대신 삼각형으로 구성된 무대와 사선 형태의 LED가 결합, 커다란 불꽃이 치솟는 듯한 시각 효과를 구현했다.

핵심은 역시 퍼포머로서의 르세라핌이었다. 록 버전으로 편곡된 ‘이지’를 필두로 ‘파이어 인 더 벨리(Fire in the belly)’ ‘이브, 프시케 그리고 푸른 수염의 아내’ ‘크레이지(CRAZY)’ 등 몰아치는 세트리스트 속에서도 멤버들의 라이브와 안무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열기가 최고조에 달한 후반부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사쿠라가 “지금이 하이라이트”라고 예고한 대로, ‘피어리스(FEARLESS)’ ‘언포기븐(UNFORGIVEN)’ ‘안티프레자일(ANTIFRAGILE)’이 밴드 편곡으로 연이어 배치되며 마치 록 콘서트를 방불케 했다. ‘번 더 브릿지(Burn the Bridge)’의 화염 연출까지 맞물리며 르세라핌이 내뿜는 뜨거운 에너지에 관객들도 열광했다.


놀라운 것은 콘서트를 내달리던 르세라핌의 태도였다. 지난해 실력 논란에 하이브를 둘러싼 복잡한 상황과 허위 루머까지 맞닥뜨린 이들이었지만, 무대 위에서는 모든 짐을 내려놓은 듯 유연했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팬들과 이 순간을 즐기겠다는 진심이 먼저 전해졌다. 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더워요? 그래도 신나죠?”라고 묻는 멤버들의 들뜬 표정에서는 르세라핌이 얼마나 팬들과 함께하는 순간을 고대했는지 실감하게 했다.



이번 콘서트에 당도하기까지 르세라핌이 감내한 시간의 무게는 가볍지 않았다. 콘서트 말미, 허윤진은 지난해 이맘때 “우리 앞으로 어떻게 해요? 앞이 있기는 한 걸까요?”라고 눈물로 소속사에 호소했던 기억을 꺼냈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한 이유로 “피어나(팬덤명)를 지켜야겠다는 마음으로 1년을 버텼다”고 했다.
김채원은 “모든 순간들이 다 이유가 있었다”며 지난 역경의 시간이 “르세라핌이 더 강해질 수 있는 기회였다”고 말했다. 카즈하는 “피어나도 저희도 수많은 밤을 겪었다”며 “저희 곁을 떠날 수도 있었을 텐데, 그 시간을 견디고 다시 눈앞에 나타나줘서 감사하다”고 고백했다. 이번 콘서트에 담긴 르세라핌의 모든 진심을 요약하는 말이었다.


부활한 르세라핌은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인천의 열기를 안고 이들은 이제 전 세계로 향한다. 일본 4개 도시,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방콕, 싱가포르 등으로 월드투어를 이어간다. ‘우리가 함께하는 지금 이 순간, 뜨겁고 재미있게 놀아보자’가 이들의 캐치프레이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