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이승록 기자] “소울 대부요? 아뇨, 부담스러워요. 랩 할아버지 정도면 좋겠어요.”
데뷔 31주년, 한국 음악계를 대표하는 소울 아티스트 바비킴이 6년 만에 기자들과 마주 앉았다. 새 미니앨범 ‘파트 오브 미(PART OF ME)’는 제목 그대로다. 그의 인생을 담았다. 타이틀곡 ‘사랑을 흘리다…그리고 3일’은 “과거의 추억을 떠올리며 썼다”고 했다.
“사랑과 이별을 노래하지만 희망은 있다고 말하고 싶었어요. 이별 후 3일이 고비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래서 ‘사랑을 흘리다’ 뒤에 ‘그리고 3일’을 붙였죠.”
흥미롭게도 이 노래는 바비킴이 2022년 결혼한 이후 만들어졌다. 아내가 아닌 옛 사랑을 이야기하는 곡이다. 다만 아내는 오히려 “많은 사람들이 공감해줄 것 같다”며 힘을 보탰다. “뮤지션에게 옛 추억도 중요하다”는 아내의 너그러움은 바비킴의 작업에 동력이 됐다.

열다섯 살 연하인 아내와의 인연은 2010년 하와이 공연에서 시작됐다. 당시 바비킴은 아티스트였고, 아내는 현장 스태프였다. 두 사람은 잠시 교제했지만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그러다 2019년 바비킴이 공백을 깨고 복귀한 시점, 헤어졌던 그녀가 바비킴에게 “축하한다”는 문자를 보냈다.
“거짓말 같겠지만, 그 즈음에 아내가 제 꿈에 두 번이나 나왔어요. 너무 놀랐죠. 그래서 문자를 받고, ‘미국 가면 하와이에 잠시 들르라’는 말에 망설이지 않았어요. 공항에 그녀가 혼자 마중 나온 것을 본 순간 ‘이건 운명’이라고 느꼈어요. 마지막 날 술 한잔하면서 프러포즈했어요. 놓칠 수 없었거든요.”

결혼은 바비킴의 음악에도 변화를 불러왔다. 10여 년간 혼자 살며 밤에 작업하고 낮에 잠들던 루틴은 모두 바뀌었다. ‘남편’이라는 책임감이 그에게 더해졌기 때문이다. 여전히 바비킴에게 ‘음악’은 삶의 중심이지만, 이제는 그 중심에 ‘아내’도 함께한다.
“결혼하고 나니까 달라졌어요. 예전에는 자유롭게 살았지만, 지금은 가족을 위해 더 집중하고 더 열심히 하게 돼요. 가정을 책임져야 하잖아요. 작업하다가도 아내랑 아이스크림 먹으러 나가기도 해요. 좋은 남편이 되려고 노력 중이에요.”
아내가 신보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은 ‘모닝 루틴’이다. 바비킴이 아내와의 일상을 낭만적으로 노래한 곡이다. 절친 타블로가 바비킴의 감성을 가사로 완벽하게 구현했다. ‘알람이 울려도 너를 안고 / 내게 남은 모든 날들의 시작이 너였으면’ 같은 가사는 아내를 향한 고백이다.

인터뷰 내내 바비킴은 ‘뮤지션’과 ‘남편’이라는 두 얼굴을 오가며 자신을 설명했다. “옷은 아내가 골라줘요. 제가 정말 못 입거든요.” 무대 위에선 바비킴이지만, 일상에선 김도균이다. 무명 시절을 지나, 성공과 역경의 시기를 거친 그의 치열했던 삶은 이제 편안함이 스며들고 있다. ‘소울 대부’로 불리고 싶은 마음도 없다. 그저 음악, 아내와 함께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길 바랄 뿐이다.
“이제 팬들도 40~50대가 됐어요. 팬들의 자녀도 같이 올 수 있는 콘서트를 만들고 싶어요. 2시간 내내 관객과 감정을 주고받는 콘서트요. 신나게 놀다가, 또 울다가. 음악은 이가 빠질 때까지 하고 싶어요. 지팡이를 짚고서라도 계속하고 싶답니다.” roku@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