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서지현 기자] “제가 언제 실망시킨 적 있나요?”

극 중 에단 헌트(톰 크루즈 분)의 대사다. 이것이 30년차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속 캐릭터의 액션 내공이다. 배우 톰 크루즈의 자신감이기도 하다. 마지막 이야기인 만큼 더 가혹하게 몸을 굴렸다. 혹시나 사고가 날까 두려워하는 그의 팬들 사이에서 자연사를 희망하는 목소리가 절로 높아진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이하 ‘미션 임파서블8’)이 오는 17일 개봉한다. 전 세계 인류의 목숨을 건 마지막 미션에 나서는 에단 헌트와 IMF(Impossible Mission Force) 동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지난 2023년 개봉한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의 후속편이다.

영화는 에단 헌트가 AI 빌런 엔티티(NTT)와 맞붙게 된 배경을 친절히 설명하며 시작된다. 1996년부터 이어진 에단 헌트의 활약들이 하이라이트로 지나간다. 톰 크루즈와 시리즈 마니아들을 향한 헌사로 엿보인다.

액션신은 ‘명불허전’이다. 톰 크루맨몸으로 얼음물에 뛰어들었다. 산소 호흡기에 의지해 심해를 휘젓는 톰 크루즈를 보며 관객들도 절로 숨을 참게 됐다. 어뢰로 뒤섞인 잠수함 내부를 걸어다닐 땐 아찔함을 공유했다. 아무래도 무모해 보이는 장면, 그래서 쾌감이 인다. 영화라서가 아닌, 톰 크루즈이기에 가능한 지점이다.

바다 다음은 하늘이다. 육해공을 오간다. 톰 크루즈는 상공을 휘젓는 비행기 위를 걸어다녔다. ‘윙-워크(wing-walk)’ 액션 기술이다. 실제로 톰 크루즈가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장면을 스크린에 펼쳐냈다. 풍속 225km를 맨 몸으로 견뎠다는 설명이다. 위·아래로 뒤집히는 비행기를 걷는 모습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톰 크루즈 영화의 백미는 오로지 맨몸으로 부딪히는 그의 액션이다. 화려한 스턴트 기술, 살벌하게 오가는 총기 액션이 아니다. 인간의 몸으로 한계에 도달한다. 관객들이 ‘미션 임파서블’에 기대하는 지점을 정확히 관통한다. 톰 크루즈 팬들은 우스갯소리로 그의 자연사를 희망한다. 매 액션 목숨을 걸기 때문이다. 그 쫄깃함이 관객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된다. 한국나이 환갑이 지난 톰 크루즈는 아직도 현역이다.

실체가 없는 빌런의 공포도 관전 포인트다. 인공지능 빌런은 현실과 맞닿아있다. 총이나 칼 없이도 주인공을 옥죈다. 혈투 없이도 생생한 공포다. 에단 헌트가 만난 그 어떤 빌런보다 까다롭다.

문제는 대사량이다. 관객들은 등장인물, 배경, 자막을 한 눈에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많아도 너무 많다. 빠르게 지나가는 자막을 쫓느라 바쁘다. 눈이 즐겁기 보단 피로하다. 방대한 양의 정보를 한 번에 습득해야 한다. 반복되는 장면들도 많다. 1시간 여 가까이 전편을 복습한다.

30년의 여정을 마무리 지으려다보니, 러닝타임만 2시간 49분이다. 시대에 역행한 셈이다. 긴 액션신은 대사 없이 이어지는데, 꽤나 긴 시간을 할애한다. 장단이 공존한다. 보다보면 지루함도 느껴진다. 오랫동안 톰 크루즈를 사랑한 누군가에겐 축복이겠지만, 그 정도가 아니라면 피로할 수도 있다. sjay0928@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