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김현덕 기자] 시리즈 ‘약한영웅’은 약자가 강자에게 맞서는 이야기다.
시즌1은 폭력에 던져진 소년 연시은의 생존기였다. 힘 대신 머리로, 혼자서도 버티는 법을 배운다. 하지만 그 끝은 잔인했다. 신뢰를 쌓았던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무너지기 직전, 이야기는 멈췄다.
시즌2는 그 다음이다. 연시은은 다시 누구도 잃지 않기 위해 다시 한 번 싸운다. 은장고라는 새로운 공간에서 새로운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다. 다른 방식으로 버틴다.
외로움을 견디는 아이에서, 타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사람으로 변모한다. 혼자 싸우던 연시은은 이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간다.
이 성장의 흐름은 작품 속 인물에만 머물지 않는다. 시즌1부터 ‘약한영웅’을 함께 만든 유수민 감독과 한준희 크리에이터 역시 이 시리즈를 통해 변화했다. 시즌2를 선택한 이유, 그 과정을 통해 얻은 감정은 고스란히 그들의 말에 묻어났다.
먼저 두 사람은 시즌2 제작의 출발점으로 “끝내지 못한 감정”을 꼽았다. 유수민 감독은 최근 서울 종로구에서 진행된 스포츠서울과의 인터뷰에서 “시은이를 그 상태로 두는 건 너무 안타까웠다.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준희 크리에이터도 “시즌1 반응이 정말 좋았다. 무엇보다도 우리 스스로가 연시은의 다음을 보고 싶었기 때문에 다음 시즌을 기획했다”고 설명했다.

시즌2에서 두 사람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키워드는 ‘성장’이다. 고립과 생존에 집중했던 시즌1과 달리 관계를 회복하고 감정을 받아들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유 감독은 “시즌1이 외로움이었다면, 시즌2는 받아들이는 이야기다. 나 자신과, 부모와, 친구와의 화해. 그것도 성장의 일부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한준희 크리에이터 역시 “시은이는 이제 이타적인 인물이다. 자신과 관계없는 누군가를 위해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이 됐다. 그것이 곧 성장의 증거”라고 설명했다.
이야기를 만든 두 사람 역시 성장 중이다. 유수민 감독은 제작 과정에서도 새로운 시선을 얻으며 성장했다. 실제 10대들의 정서를 더 정확히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오픈채팅방에 익명으로 참여해 요즘 세대의 언어와 고민을 체감했다.
유 감독은 “우울, 불안, 스트레스가 일상이 된 아이들이 많았다. 그 감정의 결을 작품 속에 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세계관은 확장됐지만, 시은의 감정선은 단절되지 않게 하고 싶었다. 새로운 인물들도 결국 같은 세계를 살아가는 사람들로 그렸다”고 덧붙였다.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약한영웅’ 시리즈를 통해 창작자로서의 태도와 시선을 다시 점검하게 됐다고 했다. 이야기를 이끄는 구조뿐 아니라, 감정의 흐름과 인물의 변화까지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무게를 체감하기도 했다.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시스템 안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좋아한다. 학교, 군대, 가정, 그런 공간에서 벌어지는 낯선 감정과 갈등. ‘약한영웅’도 그 연장선이었다. 앞으로도 그런 서사를 쓰고 싶다. 이야기를 완성한다는 건, 인물의 시간을 끝까지 지켜본다는 의미다. 이번 작업을 통해 내 서사에 더 오래, 더 깊게 머무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더 섬세한 이야기, 더 구조적인 감정 서사를 해보고 싶다. 단순히 극적인 사건이 아니라, 사람 사이에 숨겨진 불균형이나 모순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한준희 크리에이터는 “가능성은 열려 있다. 효만이를 주인공으로 한 스핀오프라든지, 다양한 상상은 해보고 있다. 다만 지금은 시즌2의 여운을 충분히 받아들이고 싶다”고 덧붙였다. khd9987@sportsseou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