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포츠서울 | 배우근 기자] 지난해 스스로 생을 마감한 MBC 기상캐스터 고(故) 오요안나 씨에 대해 고용노동부가 “업무상 필요성을 넘어선 괴롭힘이 있었다”고 공식 결론 내렸다.
하지만 고인이 법적으로는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아 근로기준법상 처벌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19일 고용노동부는 서울지방고용노동청과 서울서부지청이 실시한 MBC 특별근로감독 결과를 발표했다. 오씨는 2021년 입사 이후 선배들의 업무 지도와 조언을 넘어선 반복적 모욕과 비난에 시달린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MBC 간판 예능인 <유퀴즈 온더 블록> 출연을 앞두고 선배 기상캐스터가 공개석상에서 “네가 나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난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노동부는 이를 사회 통념상 업무상 필요치 않은 괴롭힘으로 판단했다. 고인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해 왔고, 유서에 이를 구체적으로 기록한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오씨가 ▲고정된 출퇴근이나 복무 규정을 따르지 않고 ▲개인 영리활동이 자유로우며 ▲MBC와의 계약이 뉴스 출연에 국한돼 있었다는 점을 들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로 인해 법적 처분은 불가능하고, MBC가 내부 규정에 따라 자체 조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노동부는 이번 감독에서 MBC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1,726명 중 252명이 참여했으며, 이 중 절반 가까운 115명(45.6%)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겪었거나 목격했다”고 답했다.
이번 감독에선, MBC가 ‘프리랜서’로 운영해온 보도·시사교양국 FD, AD, PD 등 35명 중 25명이 실질적으로 근로자로 판단됐다. 메인 PD로부터 지속적 지휘를 받고 정규직과 동일한 업무를 해왔기 때문이다. 노동부는 이들에 대해 근로계약 체결을 시정 지시했다.
아울러 방송 지원직과 계약직 등 691명에게 지급하지 않은 1억8400만원 상당의 임금 체불도 적발됐다. 노동부는 6건의 노동법 위반 사항을 적발해 4건은 검찰 송치, 2건은 154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내렸다.
김민석 고용노동부 차관은 “지속적인 지도에도 법 위반이 반복되고 있다”며 “다른 방송사들도 스스로 개선할 수 있도록 적극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오요안나 씨를 비롯해 방송계 프리랜서의 권리 사각지대 문제가 재차 드러난 가운데, 이번 결과가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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